"어... 어... 우박이" 열사의 땅에

아, 빙수 먹고 싶다!

by 다문화인

이라크는 뜨거운 나라다. 한여름에는 섭씨 40도 중후반 기온을 기록하고, 심지어 50도를 넘는 날도 여러 날 있을 정도다. 그렇다 보니 가만있어도 온몸에 티그리스강이 줄줄 흐른다. 땀이 얼마나 났는지 옷을 쥐어짜면 육수가 뚝뚝 떨어지려 한다.


그런 날에는 정부가 임시 공휴일을 선포하기도 한다.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데, 잦은 정전으로 답답한 시민들은 불만을 터뜨리며 그 살인 더위 속 시위에 나서고, 정부는 그런 민심을 달래려는 듯 공휴일을 만든다.


석유 매장량 세계 5위인 이 나라에서, 에너지 문제로 시위가 벌어진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너무 더울 때는, 여기서 팥빙수를 팔면 장사가 잘되지 않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까지 든다. 아, 빙수 먹고 싶다!

이곳 무더위가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복더위처럼 후텁지근하지는 않았다. 건조한 날씨 덕분에 그늘로 들어가면 그나마 숨을 돌릴 수 있다. 이런 건조한 기후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이집트 나일강 문명 유산이 오랫동안 잘 보존된 이유가 바로 이 건조함 덕분일 것이다.


더운 지역에서 자주 보이는 게코라는 작은 집도마뱀이 종종 눈에 띄었다. 게코야 반갑다. 카슈미르, 코트디부아르에서 보고 얼마 만이니….



2016년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는데, 바그다드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비가 그리 오래 내리지는 않았지만, 도심 곳곳이 물에 잠겼다.


비가 오지 않아서 배수시설이 부족한 탓인지, 관리를 안 한 것인지 마치 수상도시 베네치아 같은 모습이 연출되었고, 소셜 네트워크 영상에는 한 청년이 작은 보트를 타고 동네를 떠다니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라크에도 겨울은 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는 않지만, 습도가 있어 체감 온도는 더 낮게 느껴지곤 했다. 특히 1, 2월에는 밤에 난방기를 켜고 자야 할 정도다. 봄과 가을은 짧지만, 그때 날씨는 귀하게 느껴질 만큼 쾌적했다.



새해 첫날, 바그다드에서 맞이한 일출은 장관이었다. 해가 바뀌며 전쟁 중이지만 여기저기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광경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월대보름, 달을 보며 바그다드에서 든 마음은 조금 달랐다.


작년에는 그저 환한 달이었지만 올해는 암만 씻어도 어두운 데가 남은 은수저 같은 보름달, 내 마음을 닮아서 그리 보였을까? 가족이 많이 그리워졌다. 서울에 있는 가족이 보고 싶다.


이라크의 모래바람, 우리나라에서 겪는 황사보다 더 진하고 온통 깜깜해지는 기분이었다. 목이 금방 따갑고 잠기면서 마스크 필요성을 실감했다. 때로는 마스크도 소용없을 만큼 모래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기도 했다. 건물 안에 있는 게 상책!




더 놀라운 일은 2018년 첫날에 우박이 내렸다. 미증유한 현상이었다. 바그다드에서 눈은 매우 드문데, 갑자기 하늘에서 우박이 쏟아지니 모두가 놀랐다. 그때 동료들에게 "새해에는 우박처럼 대박 나자"며 라임을 태워 덕담을 건넸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일지 모르지만 상서로운 기운이라고 믿고 싶었을까.


이라크 기후는 간혹 예측할 수 없고 극단적일 때도 있지만, 그런 날씨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묘하게도 익숙하고 따뜻하게 다가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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