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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을 한 웅큼 덜어낸다면

깊어지는 밤, 가라앉는 마음

by 필연

마음 둘 곳 하나 없는 이의 밤은 참으로 까마득하다.


내가 품은 이 마음이

내게조차 벅찰 만큼 커서 둘 곳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나 스스로도 환영하지 못할 미운 마음이라

차마 내려둘 수가 없었던 걸까.


어쩌면, 내려두면 채갈까 두려운 소중한 마음이라 내려놓기가 망설여졌던 것인지도 모르지.

나는 내 마음이 때로는 너무 무거워서 한 덩이의 마음인 줄로만 알았다.

묵직하게 내 안에 들어앉아 숨을 꼭 막고 있는 것이

마치 단단한 바위 같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가끔은 또 너무 가벼워

흔적도 없이 모두 날아가 버리곤 했다.

살랑거리는 바람에도 이내 마음은 언제든 도망갈 준비가 된 듯,

가장자리는 늘 일렁이며 씰룩댔다.

기별도 없이 바람결에 훌쩍 날아간 내 마음을

나는 또 찾아오겠다며

한참을 울부짖으며 헤매었다.

그러다 문득,

내 마음은 덩어리가 아니라 ‘타래’라고 여겨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힘을 주어 붙잡을수록 더욱 팽팽해져 점차 죄여오는 마음은,

꼭 실타래에 감겨 발버둥 치는 모양새였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봉제인형이 아닌, 봉제된 인간일지도 모른다.

나의 손과 또 누군가의 손에 매달린 붉은 실이 인연이라면,

가슴에 감겨있는 무명실은 내게 주어진 명(命)일 테다.

그 실을 찬찬히 풀어내어, 내 발걸음 뒤에 가지런히 두고 나아가는 것이

마치 인생일 것만 같다.


더 이상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

그제야 내가 어른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움켜쥐었던 실은 서서히 풀려가고,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어갈수록

어디로든 날아가도 문제 되지 않을 나이가 되었을 무렵,

속박을 벗어나 자유라 여겨지는 무언가를 얻었을 때조차,

내 마음 하나 내 뜻대로 어찌하지 못하는 이 마음이

너무 두렵고, 야속하게 느껴졌다.


정녕 마음을 둘 만한 곳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차마 두고 올 용기가 없었던 것일까.


마음 둘 곳 하나 없는 이의 밤은 오늘도 길고 깊어져 간다.

이렇게나 밤이 긴데,

그 사이에 내 마음 하나 끼워 넣을 자리를 찾지 못해 애가 탄다.

이토록 밤이 깊어지는데,

내 마음 하나 던져놓을 때를 잡지 못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어찌나 밤이 어두운지,

이 밤을 한 숟가락만 덜어내어

그 안에 내 마음 하나 다정히 재워두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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