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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각자의 삶을 강요할까

by 행북

남편 흉을 보는 게 마치 미덕인 것처럼


사람들이 모였을 때면 으레 나오는 말이 있다.


“우리 남편은 집안일을 하나도 안 해.

다음 생엔 절대 결혼 안 할 거야.”


다섯 명 중 세 명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모두가 즐겁다는 듯 웃는다.


겸손도 아닌데, 왜 그럴까.


나는 남편과 사이가 좋다.

그런데 누가 물어오면,

그저 “잘 지내고 있어요.” 정도로만 답한다.


그러면 누군가는 꼭 덧붙인다.


“각자 잘 지내야 건강한 부부지.

뭐하러 둘이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


대부분, 자신의 가치관과 경험을 기준으로 말한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건강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 기대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 방어인지, 회피인지 모를 이유로

부부라도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붙어 다니는 부부를 보며 의아해한다.


보다 보면 알게 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옳다고 믿고,

자신의 방식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겪어본 것만 진짜라고 믿고,

그렇지 않은 건 부정한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너는 그렇게 살아가는구나. 멋지다.”

“그런 방법도 좋겠다.”

이런 열린 마음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자기 사고방식에 더 갇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유일한 답인 양 말한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말을 들을수록,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진다.

말을 줄이고 싶고,

겸손해지고 싶어진다.


내가 믿었던 방법이

틀린 경우도 많았고,

내가 던진 의견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기도 했다.

삶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불경즉퇴.

“가지 않으면, 땅은 거칠어진다.”


마음도 땅과 같다.

가꾸지 않으면 퇴보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되돌아보고,

배우고, 가꾸고 싶어진다.


생각이 굳어질 때면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아, 아닐 수도 있겠구나.’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책 한 권으로

조용히 부정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말을 할 때 더 조심스러워진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고,


“나는 이걸 잘해.”라고 해도

그날은 못할 수도 있고,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수두룩하다.


대화를 하다 보면,

MBTI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S와 T인 친구가

N과 F에 대해 말한다.


“쓸데없는 상상을 왜 해?”

“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어?”

“N이랑 있으면 피곤해.”


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 덕분에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발명도 탄생하는 게 아닐까.


모든 말에 옳고 그름을 따지기 시작하면

대화는 사라진다.


이 세상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다.

다양한 사람이 존재할 뿐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이 생각을 늘 마음에 품고 살자.


말을 줄이는 것

그것도 하나의 지혜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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