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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

대처법

by 행북

집단에 소속되어 모임을 갖게 되면

대부분은 남의 이야기를 한다.


자리에 없는 제3자의 사생활이

돌아가며 언급된다.


듣다 보면,

더는 듣고 싶지 않다.


요즘 들어, 더욱 그렇다.


몸이 알레르기처럼 반응한다.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상대가 말하는 내내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흘러간다.


‘자기 얘기는 없나’ 하고.


오늘은 5명이서 식사를 했다.


그중 한 사람이

자리에 없는 누군가의

사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들추고 싶지 않은 가족 관계,

결혼식 때 하객이 얼마나 있었는지,

아이를 대충 키우는 거 같다는 판단,

집안일을 잘 하지 않는다는 말들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씩 말이 새어 나왔다.


“그건 가족끼리만 아는 사정들이죠.

단면만 보고는 모르죠.”


여기까진 괜찮았다.


하지만 대화는 다시

그 제3자에 대한 판단으로 흘러갔다.


내가 아무리 말을 돌려도,

이야기는 자꾸 그리로 되돌아갔다.


그래서 말했다.


“그 사람 귀 간지럽겠다.”


그제야 화제는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너무 바르게만

살려고 하는 건 아닐까.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뒷담화를 직접 하진 않더라도

들을 수는 있어야 할 텐데.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고 했다.


지나친 청렴은

주변을 머물지 못하게 한다고도.


‘사회는 원래 이런 거지’

하고 가볍게 넘기면 될 일인데,

마음속 거부감이 앞선다.


“무균실엔 꽃도 피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내가 너무 좋은 사람만

곁에 두려고 하는 걸까.


그냥 남 이야기에도 웃고,

사내 정치에도 휩쓸리며

고요히 내 갈 길을 가면 될 텐데.


어쩌면,

그 사람들에게 일러주고 싶은 마음일까.


그럼에도 나는

떳떳하게 살고 싶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이 세 가지를 기억하려 한다.


“나 그 사람 잘 몰라서 뭐라 말하기 어렵네.”


“우리 얘기하자, 남 얘기 재미없잖아.”


“그래도 우리는 괜찮게 살고 있는 거 맞지?”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무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오늘도

세상을 배우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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