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나는 주로 일을 도맡아 하는 편이다.
업무를 분담할 때면, 사람들의 표정이 예민해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머뭇거리지 않는다.
주저하는 모습이 괜히 멋있지 않아서
“그냥 제가 할게요“ 하고 말하곤 한다.
게다가 그 일이 야근까지 할 만큼
큰 부담이 되는 일도 아니니까.
내 자리는 사무실 한가운데.
복도 바로 옆이라 누구 눈에도 잘 띈다.
눈치 보며 불편해할 신입보단,
조금 더 경력 있는 내가 그 자리에 앉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게 서로에게 덜 부담이 될 거라 믿었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이런 말을 들었다.
A라는 직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B는 자기가 항상 도맡아 하려고 하나 봐.
인정욕구가 강해서, 자기가 다 하려는 거 같아.”
순간 멍해졌다.
월급은 같은데, 누가 일을 더 하고 싶어서 하겠나.
그저 배려한 것일 텐데
왜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걸까
궁금해졌다.
그럼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지.
정작 용기 내어 나서진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나서는 건 왜 깎아내리는 걸까.
속이 답답해졌다.
누군가 자신이 못하는 일을
다른 누군가가 해내는 걸 보면,
그게 아무리 좋은 행동이어도
괜히 폄하하려 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쟤는 남 욕도 안 해. 아주 음흉해.
남 눈치만 보나 봐. 솔직하지 못해.”
속으로 너무 놀랐다.
그 사람은 밝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저 남을 험담하지 않는 것뿐인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그때 생각했다.
‘착해도 욕을 먹는구나.’
그리고 알게 됐다.
자기가 착하지 못하니까,
착한 사람을 깎아내리는 거고.
자신은 일을 도맡을 용기가 없으니까,
그걸 ‘인정욕구’라고 말하며 폄하하는 거였다.
그렇게 깨달았다.
아무리 선하고 바르게 살아도
비난을 받는다면
굳이 눈치 보지 말고,
그저 내가 옳다고 믿는 길을 가면 되는 거 아닐까.
“당신이 무얼 하든, 누군가는 비난할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길을 가라.”
참 이상하다.
어릴 땐 좋은 말만 듣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나를 싫어한다고 해도
“그러라 그래.”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신조차도 모두의 사랑을 받지는 못한다.
누군가는 싫어할 수밖에 없다.
그게 세상의 이치라면
그냥, 나의 길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