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운동 가는 날은 아침부터 핑계를 찾고 싶다

by 행북

일주일에 한 번,

오후 6시에 7km 러닝을 한다.


나는 마라톤 동호회 회원이다.


오늘 아침,

무심히 일기예보를 본다.


비가 오면 좋겠다고,

괜히 그런 생각을 해본다.


‘오, 오후 6시부터 비 소식 있네.

오예.‘


상쾌하게 머리를 말리며

출근 준비를 한다.


회사에 도착하자

괜히 한마디 툭 던진다.


“오늘 비 온대요!“


“그래!?”


순간,

누군가의 눈에서 반짝

빛이 났다.


나랑 같은 마음인 사람들이 많구나.


불편함은 성장의 신호라고

누가 그랬더라.


그리고 진짜,

5시까지 비가 내리더니

6시에 딱 그친다.


예전부터 날씨요정이었지만

이럴 때는 요정이 안 나와줘도 되는데 말이다.


하늘은 선선하게 식었고

우리는 미소를 장착한 채

약속한 장소에 모였다.


호수공원 두 바퀴.

우리의 러닝 코스다.


열 명 남짓,

러닝을 시작한다.


달리면서 벚꽃도 보고

사람 구경도 한다.


강아지 두 마리가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세 살, 네 살쯤 된 아이들이

‘쟤네 뭐지?’

하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 시선이 괜히 좋다.

조금은 관종 같은 나.


선선한 바람,

물 위에 비친 노을,

오리, 호수, 그리고 달리기.


살아 있음을 느낀다.


혼자였다면

아마 아침부터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오늘은 가지 말까’


하지만 우리는 약속했고

함께하니

힘도 덜 들고

훨씬 멀리 간다.


글쓰기도 그렇다.

매일 쓰자고 마음먹었고,

지켜왔다.


혼자였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내일이면

글 100개.

100일째다.


러닝도, 글도

결국은 함께여서 가능했던 일.


“함께 가면 길이 되고,

함께 걸으면 꿈이 된다.”


오늘 달리며

계속 맴도는 말.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


이 ‘함께’라는 단어가

오늘따라 유난히 좋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4화오늘의 글: 안 써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