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춤 자아 소환 중…

계산하지 않고 시작하기

by 마이크mike

남들 눈치 안 보고, 일단 저지르고 보는 나를 ‘막춤 자아’라고 5편에서 붙여 주었다. 평소와 사뭇 달라서, 꼭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보는 듯해 (중2병스럽지만) 그렇게 불렀다.


한 가지 특이점은, 남들 앞에서 막춤 자아를 보인 지 꽤 되었다는 거다. 원래도 발동될 때 항상 케이팝이 있었다. 이름이 ‘막춤’ 자아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특정 상황이 아니고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아마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중반부터가 아닌가 싶다. 코로나가 터졌을 때라 노래방 출입이 자제되기도 했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모든 에너지와 신경을 일에 쏟았기 때문이다.

막춤 자아는 진지하지 않아도 되고, 적성 유무와 상관없는 스탠스이다. 일이란 건 그와 정반대라고 생각했기에, 막춤 자아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던 것 같다. 단순히 소싯적 가지고 있는 추억쯤, 어쩌다 한 번 있었던 해프닝쯤으로 여겼었다. 그게 날 밥 먹여 주진 않으니까.


하지만 점점, 단순한 추억과 해프닝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 것들을 잊고 살다가 이제 와 다시 꺼내는 이유는, 생각해 보면 그게 내 순수함과 개성이었기 때문이다. 안도감이 아닌 만족감이 들었을 때, 웃겨서 웃는 게 아니고 신나서 웃었을 때, 갇혀 있는 느낌이 아닌 자유로운 느낌일 때. 그게 막춤 자아를 꺼냈을 때 느끼는 감정들이었다. 뚝딱거려도 되고, 박자가 안 맞아도 된다. ‘아무런 계산 없이’ 나를 표현할 때 가장 나답지 않았을까.


틀 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며, 그 경계선을 나가지 못하는 자신이 갈수록 답답해졌다. 해도 될까, 튀지 않을까, 실패하지 않을까, 후회하지 않을까. 비슷한 말과 생각만 해 왔고, 비슷하지 않은 것을 자주 삼켰다. 막춤 자아가 잠식된 나는, 재미없고 시시했다.


그것을 소생하기 위해, 아주 오래전부터 은근히 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못 했던 걸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연기. 나에게서 절대 나오지 않는 말을 내뱉고, 큰소리를 내다 보면, 조금이라도 변화를 가져다줄 거라 믿었다.


반년 넘게 취미로 배웠다. 막상 연기를 배우고 느낀 소감. 이 와중에도 잘하고 싶은데 못할 것 같은 걱정이 너무 컸다. 참 대단하다 싶었다.(<거침없이 하이킥> 교감 선생님식 반어법)


체감상 10분을 넘겨서도 시작하지 못하기도 했었다. ‘막춤 자아는 무슨.’ 자조하며 그만둘까 고민해 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배우는 이유는 분명했다. 조금만 더 해 보면, 조금만 더 나를 내려놓으면 될 것 같다. 그러면 방에 있던 막춤 자아가 밖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생에서 나에게 필요한 건, 계산하지 않고 스텝을 내딛는 자세다.


10분을 넘겨서도 대사를 내뱉지 못한 날, 선생님이 답답함에 부르짖으셨다.


“편의점에서 과자 살 때 별 고민 없이, 먹고 싶은 거 골라서 사잖아요? 지금 마이크 님이 하는 방식은 과자 칼로리, 성분 다 따져 보고 사는 거랑 똑같아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괜찮으니까, 그냥 하세요!”


그날 이후로 죽도 밥도 아닌 연기를 10분보다는 빠르게 시작했다.


아직도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막춤 자아는 소환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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