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에 기대기만 하지 말 것
작년부터 자주 가는 단골 타로 집이 생겼다. 다른 타로 집처럼 타로 카드만 띡 뽑고 끝나지 않고, 타로 선생님과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심리 상담 받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고민이 생기거나 안정감을 찾고 싶을 때 가는 편이다.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런 걸 그다지 자주 보는 편은 아니었다.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할 정도였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선택과 도전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들이 갈수록 더 많아지니,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신을 찾게 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실제로 2024 종교인식조사에서 연령대가 높을수록 신자 비율도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타로가 종교는 아니지만, 그 마음이 점점 이해되는 것 같기도.
그 타로 집 첫 방문부터 최근 방문까지 타로 결과는 비슷했다.
‘하고 싶은 일이나 뜻하는 일들은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2025년 상반기 운이 좋다.’
타로 운이 거짓말이 아닌 건지, 뽑기 운이 좋은 건지. 작년 11월 일본 여행을 갔을 때도 신사에 들러 오미쿠지(운세가 써진 제비뽑기)를 뽑았다. ‘길(吉)’이 나왔다. 시험, 취업, 연애, 건강 등 전반적으로 좋았다. ‘정말 좋은 일이 생기려는 건가?’ 내심 생각했다. 그렇다고 100% 믿진 않았다. 20%의 믿음과… 80%의 기대 정도? 그렇게 2025년을 맞이했다.
모든 운들이 다 좋다고 나온 것치곤 드라마틱하게 나아진 건 없었다. 긍정적인 변화는 있었지만, 여전히 선택 앞에서 버퍼링이 걸리고, 당당함에 서툴다. 여태 받은 운세 내용을 떠올릴 때 난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작년보단 덜 망설이고, 조금 더 노력하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게 계속되면 결과고 나발이고 없을 것 같았다. 상상과 현실이 전혀 딴판이라 이따금 초조해지고 불안해졌다.
갈팡질팡하는 고민에 확실한 답을 내리고 싶어서 두 달 만에 타로 집을 다시 찾아갔다. 내 고민에 대한 타로를 봐 주셨고, 둘 중 어느 선택을 해도 다 잘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렇게 운세가 좋은데 자신을 갖고 한번 해 봐요.”
“네…. 근데 그게 잘 안 되네요….”
“운이 있어도 직접 해 봐야 돼~. 운이란 건 우리 주변에 항상 있거든요? 운이 별로 안 좋은 사람도 조금이라도 운은 있어요. 운이 작용하려면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린 거예요.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지고, 일단 해 봐요.”
…운은 항상 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직접 해 봐야 안다.
당연한 말이었고, 맞는 말, 듣기 좋은 말이었다.
편안한 분위기, 포근한 자리와 아로마 향기.
좋은 것투성이인데 속에선 어쩐지 텁텁하고 찝찝했다.
타로 상담이 끝났는데 지난번처럼 개운하지 않았다. 이번엔 너무 성급했고, 내빼듯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된 시작도 하지 않았으면서, 일이 잘될 거라는 운과 응원만 듣고 싶었던 거였다는 걸. 마주하기 싫은 부분을 마주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남이 말하는 ‘잘될 거야.’가 도움이 되긴 한다. 위로와 격려는 필요하고, 그 힘은 분명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나는 그 말에 너무 기대고 있었다. 특히 그 속뜻을 ‘넌 아무 노력 없이, 시련 없이, 스트레스 없이 잘될 거야!’라고 해석하면 안 되는 거다. 아주 단단히 오해했던 국문과 학사가 여기 있다. 내포하는 바를 이해 못 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선생님께 죄송하지만) 당분간 타로는 보지 않기로 했다.
잘될 거란 말은 잠깐 넣어두고, ‘잘해 보자.’라는 말을 꺼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