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 2개 이상은 환경파괴자? 텀블러를 씻는 물, 세제도 오염?
'환경 보호에 동참해요!'와 같은... 캠페인을 마주쳤을 때,
자차 vs. 대중교통처럼 그 효과가 확실히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저게 진짜 기존 방법에 비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까?'
라는 생각이 가끔 들곤 한다.
대표적인 일례가 본 글의 주제인 '일회용 컵 vs. 텀블러'가 되겠다.
매일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이는 일회용품 쓰레기들.
분리배출이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뿐더러,
재활용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 더 클 것만 같은 기분이다.
또한, 현재 대한민국의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공시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서로 혼동하여 배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 '쓰레기 백과사전'을 참고해 보자.
쓰레기 백과사전 | 모두를 위한 에코 라이프 가이드 | 분리 수고하셨습니다
반면, 텀블러는 어떤가?
당당하게 '개인컵'을 이용하여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일회용 쓰레기가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다 마신 후에는 뚜껑을 꼭 닫아서 가방에 넣으면 쓰레기통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다.
근데, 텀블러는 '정말'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까?
한정판이 나올 때마다 사모으는 텀블러.
부서져서 새로 사게 되는 텀블러.
너무 친하지는 않지만 선물을 해야 할 때 만만한 텀블러.
혹자는 "텀블러가 2개 이상이면 오히려 환경파괴자"라고 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텀블러를 제작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 만만찮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비용과 관련해서는 경제학자와 소비자학자에서 떠넘겨 놓고,
우리는 '탄소 배출'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서 이를 잘 정리해주었는데,
300ml 용량 텀블러(아마도 플라스틱?)의 제조 + 사용 +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671g.
이때 '사용' 항에는 세척수와 세제 사용에 기인하는 온실가스도 포함된다고 한다.
무게에 대한 감이 안 온다면...
생수 약 700ml 혹은 요즘 고깃집 기준으로 약 5인분의 삼겹살(120g x 5)
을 떠올려볼 수 있겠다.
고작 한 줌 조금 더 되는 양 아닌가?
온실'가스', 즉 기체임을 생각해 본다면 어마무시한 부피의 양이 배출된다.
온실가스가 전부 이산화탄소(CO2)로 배출된다고 가정해보자.
CO2의 분자량은 44g/mol.
즉, 텀블러 1개 제조할 때마다 671g / (44g/mol) = 15.25 mol의 CO2가 발생하며,
이상기체방정식에 따르면 표준상태(0℃, 1기압)에서 1mol의 기체가 차지하는 부피는 22.4L이므로,
15.25mol * (22.4L/mol) = 341.6L의 부피만큼을 1기압의 CO2로 채울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텀블러의 재질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여러 기사 및 문서를 조사하다 보니, 기관에 따라 수치가 상이하지만,
미국의 '생애 주기 에너지 분석 연구소(Institute for Life Cycle Energy Analysis)'에서 보고하기를,
일회용 종이컵 대비 우위를 가져가려면
유리 텀블러는 최소 15회
플라스틱 텀블러는 최소 17회
세라믹 텀블러는 최소 39회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최소 1000회
재사용 하여야 한다고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컵 대비해서는 절반 정도의 수치가 됨).
텀블러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될테고, 폐기 과정에서도 당연히 배출될테고,
놓치고 있던 부분이었지만 설거지에 쓰이는 물과 세제 또한 탄소 배출량에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서 말하는 환경이란, 수질 및 토양 오염을 포함한다.
캐나다의 'RECYC-QUÉBEC'에서는 이러한 영향까지 함께 조사하여 'Life cycle assessment (LCA) ofreusable and single-use coffee cups'라는 제목의 브로셔를 공개했다.
해당 글에서는 일회용 종이컵, 세라믹 머그컵,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비교하였고, 각각의 경우에 대하여 5가지 항목(인간의 건강, 생태계의 질, 기후 변화, 자원 고갈, 물 소비)에 대한 결과치를 예측하였다.
일회용 종이컵과 텀블러만 놓고 비교하였을 때, 인간의 건강, 기후 변화, 그리고 자원 고갈 측면에서는 텀블러가 더 나은 선택지로 보이지만, 생태계의 질 측면에서는 일회용 종이컵이 더 우위인 결과를 보였다. 이는 설거지에 의한 수질 오염의 결과로 보인다
(연구진은 텀블러 세척 시 뜨거운 물 3L, 비누 2g이 사용된다고 가정).
텀블러와 세라믹 머그잔을 비교했을 때는,
텀블러는 식기세척기 사용이 불가하고 세라믹 머그잔은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수치가 우위로 나오는데...
사실 세라믹 머그잔보다는 식기세척기의 위엄 같아 보이긴 하는데...
그래서 연구진은 "비누를 쓰지 않고 찬물로 텀블러를 세척한다면 환경적 영향성이 세라믹 머그잔과 거의 같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딸기어쩌구프라푸치노를 먹고 세제 없이 찬 물로만 세척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는 하지.
그럼에도 이러한 부분까지도 생각을 하고 세제를 소량 사용하고, 깨끗하게 먹은 후에는 물로만 설거지를 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텀블러를 사용한다면 더욱 '환경친화적'인 텀블러 사용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