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차 부부가 깨달은 갈등의 기술
싸우지 않는 날이 이상하다고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결혼 후 첫 6개월은 정말...너무도 쉽지 않았다.
남편은 무슨 일이 일어나면 반드시 '왜 그랬는지'를 말로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고
나는 그 반대다. 다툼이 생기면 침묵과 거리가 필요한 사람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성격 차이가 아니라
싸움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에 있다.
그러다보니 싸우고 나면 우리는 늘 더 큰 싸움을 벌이고는 했다.
한 사람은 "말 좀 하자"
다른 한 사람은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아"
마치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은 톰과 제리 마냥 그렇게 빙빙 멀리도 돌아갔다.
그런 우리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보통의 어느 날이었다.
싸우고 또 화해하고, 다시 다투는 걸 반복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도대체 왜 싸우는 걸까?"
한참을 생각하고 난 후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우리는 '너 VS 나'로 싸우고 있었다는 것을.
하나의 팀이 아니라...마치 서로 다른 팀에서 온 사람처럼.
그걸 깨닫고 난 후 우리는 깊은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더 이상 A 집안의 아들과 B 집안의 딸로 살지 말자"였다.
우리는 하나의 가정을 만든 사람들이고,
그 가정은 누군가의 연장선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걸 깨달은 지금, 싸움이 줄어들긴 했으나 아예 안싸우지는 않는다.
다만 싸움의 방식이 바뀌었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지키기 위한 이야기들이랄까.
요즘은 그때 그 시절이 오히려 고맙게도 느껴진다.
그 갈등이 있었기에 지금의 평화가 가능하고,
그 다름을 마주했기에 지금의 존중이 생겼기 때문이다.
남편은 여전히 설명을 좋아하고,
나는 여전히 시간을 갖는 걸 좋아하지만,
이젠 서로가 그 다름을 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설명을 더 해주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더 기다릴 줄 알게 됐다.
남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남편을 참 잘 만났다고 생각한다.
감정에 휘둘리기만 하기 보단 상황을 정리할 줄 아는,
조금은 차분하고 현명한 사람이다 내 남편은.
우리는 이제 각자의 가족에서 흩어져 나온 ‘둘’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하나의 팀’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매.우. 다르다.
한 사람은 여전히 말로 풀고 싶어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여전히 마음이 가라앉을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우린 이제 안다.
갈등은 틀어짐이 아니라, 서로를 배우고 받아들이는 기회라는 것을.
싸우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르게 싸우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게 우리에게 필요했던 갈등의 기술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이 조금씩 서툴게
하지만 꾸준히 서로를 이해하는 기술을 익혀가는 중이다.
여보, 오늘 저녁은 삼계탕이야. 물론 찹쌀 누룽지 넣은 삼계탕. (남편은 뭔가 섞이는걸 싫어한다. 하지만 찹쌀누룽지는 참을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