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에서 터진 현실 부부 에피소드 TOP 5

연애는 분명 로맨스였는데...결혼은 시트콤이었다

by 연작가

신혼 생활이 때때론 참 시트콤 같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화장실에 휴지가 한 칸 남았다던지


나는 따수운데 상대방은 땀을 줄줄 흘리고


우리집 냉장고는 누구의 것인가 싶을 정도로 음식 취향이 너무 다른.



살다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쌓이고 쌓여 이번 기회에 한 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놔본다.



1. 누구인가? 누가 두루마리 화장지를 한 칸 남겼는가?


변기 옆에 있는 휴지심, 딱 한 칸만 남겨놓고 말아 둔 휴지.


중요한 일을 보고 나서 개운하게 나가려는 찰나. 이보다 더 당황스러울 수가.


지금 이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기엔 난 너무 멀리 와버렸다.


나름 신혼이지만, 조심스레 남편을 불러본다.


“자기야"


“어?"


"두루마리 휴지 좀..."


"아 맞다!"


어쩔 수 없이 문을 아주 살짝. 사실 휴지 하나 통과하기 힘든 수준으로 열었다.


이리 수치스러울수가.


결혼 전엔 몰랐다.


고작 두루마리 휴지 한 칸이 나의 평온한 일상을 흔들 수 있는 매개라는 것을


몇 번을 반복한 이후로 남편은 휴지를 항상 갈아끼워주고, 나 또한 그렇게 한다.


2. 전기장판은 따듯하고, 너는 팔팔 끓는다


나는 수족냉증이 있다.


여름에도 손발이 차갑고, 겨울엔 몸 전체가 종종 얼어붙는다.


다들 콧털이랑 머리털 얼어보셨는지. 난 얼어봤다.


그래서 전기장판을 켜야만 잠이 온다. 딱, 2로 맞춰둔다. 적당히 따듯한 정도.


그런데 문제는, 내 옆에서 자는 사람이 자체 발열형 인간이라는 것이다.


하루는 자다가 새벽쯤 남편 쪽으로 손을 뻗었다.


축축했다.


열이 나는 줄 알고 깜짝 놀라서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여보! 여보 아파?"


자다 일어난 남편은 "으으...음,, 어? 아니?"


"여보 덥구나!" 하고 장판을 바로 껐다.


내가 이불 속에서 체온을 끌어올리는 동안 남편은 끓고 있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이불을 따로 써보기도 했다.


남편은 사각사각 거리는 재질의 이불을,

나는 몸에 착 감기는 두툼한 이불을.


전기장판 앞에선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타협을 본 것은 전기장판을 1레벨로 맞춰두는 것이다.


이 온도에선 남편도 땀 한 방울 안흘리고 잘 자고, 나 역시 수족냉증 없이 잘 잔다.


이불은 남편이 좋아하는 사각사각 거리는 찬 이불로 통일시켰다.


이불 두개가 나돌아다니기엔 우리 침대가 작긴 하다.


3. 사람이 탄수화물로 사는거 아니었어?


나는 탄수화물을 정말 좋아한다.


백설기와 빵, 과자로 일주일을 버틸 수 있고


막국수와 냉면, 칼국수 등 온갖 종류의 탄수화물을 사랑한다.


남편은 고기파다. 단백질 없는 식사는 생각도 하지 않는.


한 번은 직장에 도시락을 싸들고 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심란한 목소리)"


"응! 여보!!"


"이건 좀 심하지 않아?"


"어?? 왜??"


"도시락에 고기반찬이 없잖아..."


그날 도시락통에 싸준 메뉴는 토마토 파스타와 감자고로케였다.


어릴 때 고로케를 도시락에 넣어줬던 엄마에 대한 기억이 너무 좋았기에


그땐 나름 잘 싸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탄수화물만 있다며 결국 그날 구운 닭가슴살을 사다가 같이 먹었단다.

남편도시락.jpg 문제의 그 도시락. 닭가슴살이 참 실해보이네.


그땐 이해하지 못했으나, 이젠 남편의 당시 입장에 공감한다.


탄단지 갖추지 못한 식단은 건강하지 않으니까.


이젠 파스타를 싸줘도 꼭 닭가슴살과 함께, 볶음밥을 싸줘도 꼭 소고기 볶음과 함께 싸준다.


같이 식사를 하고, 식단을 차려준다는 것은 꼭 같은 걸 먹거나 내가 좋아하는 식단을 꾸려주는 것만이 아니더라. 상대방의 다른 점을 받아주는 연습 중 하나라는 걸 이젠 안다.


4. 우리 집에 말벌아저씨(아줌마)가 살아요


남편과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눈이 창틀 혹은 벽면을 향할 때가 있다.


남편은 그때 말을 멈추고 내 표정을 유심히 살핀다.


아주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그렇다.


말벌아줌마 기질이 발동한 것.


(말벌아저씨가 뭔지도 몰랐다. 남편이 웃겨 쓰러지면서 보여준 영상에 '어 이거 난데?' 했다.)



나는 벌레 자체를 싫어한다.


초파리 하나라도 날아다니면 그걸 반드시 잡고 말아야 한다.


뭐 하나 찾았다 싶으면 그대로 전기채를 들고 숨을 죽인 채 다가간다.


치지직.


지금은 그저 그런 날 바라보는 남편이지만, 결혼 초반엔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벌레 같이 살아가는 거지 뭐! 죽이지 마!"


(남편은 지금도 거미가 나타나면 A4 용지에 조심스레 옮겨와 바깥으로 내보낸다.


나는 '저 거미가 또 들어오면 어떡하지'라며 걱정하지만


남편은 ‘해결됐으면 끝’이다.


같은 생명체를 보고, 이렇게나 다른 생존 방식을 택한다.


사랑보다 본능이 먼저 튀어나오는 순간이 우리에게도 있더라.



5. 정리정돈 잘하는 남자 vs 청결 따지는 여자


이건 거의 종교의 문제다.


남편은 정리정돈에 뛰어난 사람이다.


나는 정리정돈은 못하지만, 청결에는 예민하다.


뭐 이런 거다.


주방에서 요리할 때 나는 매번 전기스토브나 싱크대 주변을 닦아가면서 요리한다면

남편은 도마 위에 대파 꼭지를 비롯해 못쓰는 재료를 한데 가지런히 모아두는.


밥먹다 쓰는 휴지를 쓰레기통에 넣지 않고 꼭 식탁 위에 가지런히 모아 올려두는 그런 스타일.


남편 입장에서도 할 말이 많을거다.


나는 정리정돈이 안되고, 청결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는 스타일이기에.


주방 한 곳에 파스타면과 식빵, 온갖 조미료를 봉지째로 올려두고는 그 주변을 열심히 닦는 스타일.

그럼 남편은 각종 병을 사다가 그 안에 조미료를 정리해둔다 아주 보기 좋게 말이다.


초반엔 이걸로 참 많이도 티격태격했다.


역할 분담이 어느정도 된 지금은 군말 없이 한다.


니꺼 내꺼 나눠서 한다기 보다는 그냥 우리 모두에게 '내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렇게 ‘조금 거슬리는’ 순간들이 쌓이면 피곤하지만, 또 웃기기도 하다. 같이 산다는 건 상대를 바꾸는 게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을 서로 맞춰가는 일이라는 것을 매 순간 느낀다.



그래서 오늘도 우린 서로가 휴지를 갈고, 전기장판은 1로 맞추며


탄단지를 제대로 갖춰먹고, 벌레는 바로 잡으며, 정리정돈 및 청소를 한다


아주 조금씩,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맞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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