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에서 '신혼'을 뗄 준비를 마친 것 같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고작 10회분이긴 하지만, 처음 펜을 들 땐 언제 10회를 다 채우나 했는데
어느덧 이렇게 마지막 글을 쓰게 되었네요.
지난 수개월 동안 어떤 글은 조회수 1만이 넘어섰고, 어떤 글은 공감을 많이 사서 그런지 댓글이 와다다 달린 것도 있었습니다. 타지에서 매일을 외롭게 지내다 보니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시작한 것인데, 글을 쓰면서 저도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독자분들 덕분에 힘을 많이 얻기도 했습니다.
제게 이번 시도가 참 선물이다 싶을 정도로요.
그간 신혼부부 생존기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그간의 시리즈와 비슷한 톤 앤 매너로 마지막 글은 작성해야겠죠?
마지막까지 따듯한 마음으로 읽어주시고,
다음에 부부 및 가족과 관련해 더 따듯하고 재밌는 연재물 들고 돌아오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처음엔 그저 설렘으로 시작했다.
각자의 방, 각자의 생활, 각자의 시간을 살던 두 사람이
같은 집,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발을 들였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하루가 특별하고 좋았다.
근데 이상하게도, 그 특별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이번 연재글 제목에 '생존기'를 붙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양말을 벗는 위치, 치약을 짜는 방향, 설거지를 해야 하는 타이밍.
그 사소한 것들이 처음엔 서로를 참 쉽게도 지치게 했다.
이걸 왜 이해 못 하냐며 티격태격하기도 1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됐다.
결혼은 ‘나와 완벽하게 맞는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이 아니라,
‘맞지 않는 사람 및 그 주변과 살아갈 용기’를 내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 용기 안에는 상대방을 품고 이해할 용기, 새로운 것을 배워나갈 용기,
상대방을 용서할 용기 등등 참 많은 감정이 들어있는 것 같다.
나에게 너무 익숙한 방식이 상대에겐 낯설 수 있고,
상대의 습관이 내 기준에서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이 바로 함께 산다는 것이더라.
그 결과 우리는 ‘부부’라는 이름에 조금씩 어울리는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신혼’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반짝거림은 살짝 사라졌지만
우리는 더 성숙해졌고, 단단해졌고, 서로에 대해 더 깊어졌다.
이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신혼부부 생존기’라는 제목이 그냥 재미있자고 붙인 말 같았는데,
지금 와 보니 이보다 솔직한 고백이 있을 수 있나 싶다.
우리는 정말로 ‘살아남아야’ 했고, 살아남는 동안 많이 성장했다.
마지막 글이지만, 이건 끝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내일도 함께 살아갈 거고, 또 다른 생존의 하루가 찾아올 테니.
그 하루하루를 견디고, 맞서고, 웃고, 때론 울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