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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은 파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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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y 포지


부동산 바이블에 나오듯 진부한 얘기지만 "서울 집은 파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에 매우 동의한다.


고덕 A 아파트의 RR 매물을 보러 갔던 날이 기억난다. 가족적인 분위기가 잘 느껴지는 그 집은 들어설 때부터 좋은 향이 났고, 관리도 잘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다른 집보다 비싸지 않았는데, 왜 팔려고 하는지 물어봤더니 주인 부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희도 이 집이 너무 좋긴 한데, 아들이 결혼한다고 해서 집을 처분하게 되었어요."



공덕 R 아파트 4차 매물은 다른 집에 비해 5천만 원 정도 싸게 나와 있었다. 크게 나쁘지 않은 매물이었는데, 그 집 사모님 역시 아들이 결혼한다고 해서 자금 지원을 위해 집을 내놓은 거라고 하셨다.


이런 경우 외에 가장 자주 봤던 경우는, 아이가 커서 학군지로 이사 가는 것이었다. 당산 H 아파트 5차를 보러 갔을 때가 그랬고, 마포 S 아파트 매물을 볼 때도 그랬다.


매물마다 나온 사연은 제각기 달랐지만, 큰 틀에서 보면 결국 두 가지 이유로만 집이 나오는 것이다.


첫째는 증여를 위해, 둘째는 상급지 이동을 위해. 그 외의 이유는 거의 보지 못했다.



우리가 발로 다니며 본 집들은 모두 '팔기 위해' 내놓은 집들이었지만, 막상 그 이유를 들어보면 진짜로 ‘팔고 싶어서’ 내놓은 집은 거의 없었다.






서울 집을 팔지 말아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가장 큰 이유는 대체재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을 벗어나면 쾌적한 새 집의 넓은 평수에서 살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직장 접근성, 인프라, 학군, 문화생활, 네트워크 이 모든 걸 동시에 만족시키는 곳은 서울뿐이다. 내가 지방 생활을 할 때 그렇게 서울에 올라오고 싶어 했던 이유도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이었다.



삶의 편의성이라는 관점에서 서울은 독보적인 위치에 있으며 한국에서 이 도시를 대체할 수 없는 곳은 없다.



또 하나, 인구가 줄어도 서울은 예외이다. 요즘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인구 감소지만, 서울은 여전히 사람과 일자리가 몰리는 도시다. 지방의 인구가 빠져나가는 이유가 곧, 서울이 점점 더 압축되고 밀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아주 먼 미래에는 전체 인구 감소로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전까지 서울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집중’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책이 바뀌어도 결국 집값은 다시 오른다. 대출 규제나 분양가 상한제 같은 정책이 잠시 시장을 흔들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방향을 바꾸진 못한다.


서울의 공급은 항상 부족하고, 수요는 항상 넘치기 때문이다. 서울 집값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더라도, 길게 보면 결국 상승 곡선을 그린다.



그래서 이미 서울에 집이 있는 사람들은 그 집을 절대 팔지 않는다. 좋은 입지의 부동산은 팔 이유가 없다면 어떻게든 지켜야 하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아마 한 번 팔고 시간이 지나면 그 가격대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SE-97BB913B-6731-4B1C-A226-6F46A1F36796.jpg?type=w773 경희궁 자이 앞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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