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목록: 서울 집 (5년 전 담음)_18
다음 날 일요일 아침, 송희구 작가님 강의가 열리는 장소를 찾아갔다. 우리가 센터가 오픈하기도 전부터 초조하게 서있자, 직원 한 분이 어떤 일로 왔냐고 물어봐 주셨다.
“저희 송 작가님 강의 들으러 왔는데 사실 예약을 못했습니다. 혹시라도 당일 취소된 좌석이 있다면 현장 결제가 가능할까 해서요. 아니면 뒤에서라도 들을 수 있을까요?”
“아 뒤에 서서 듣는 건 원칙 상 불가하긴 한데요... 보니까 어제 취소된 좌석이 있네요. 딱 두 자리가 나왔어요.”
남편과 나는 기뻐서 환호성을 지를 뻔했다.
“아직 오픈 전이라 결제가 안돼요. 이따 번호표 뽑으신 다음에 결제하러 창구로 오시겠어요?”
친절한 직원분은 그 외에도 QR코드 등 필요한 수단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알려주셔서, 우리는 빠르게 결제를 마칠 수 있었다. 연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나서야 마음이 진정되었다.
이미 송 작가님의 강의를 여러 번 들었던 터라 진행 방식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강의가 끝난 뒤 질문 시간, 남편은 매 강의 때처럼 손을 번쩍 들었다.
"현재 저희 매수 가능 자금은 OO 원이고, 사랑 아파트 매수하려고 합니다. 입지나 환금성 측면에서 가격 대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그 외에는 성동구 C 아파트, H 아파트, 서대문구 S 아파트, D 아파트, 종로구 D 아파트 봤습니다. 다른 아파트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사랑 아파트를 선택하는 게 맞을지 의견 여쭤보고 싶습니다. "
작가님은 우리에게 비슷한 곳들을 잘 골랐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우리가 고른 아파트가 괜찮다고 답해주셨다.
질의응답 후 개인 상담 시간에 나는 좀 더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봤다.
"사랑 아파트 A 타입을 보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어서 바로 계약까지 가려고 하는 데, 저희가 지금 계약하면 신고가를 찍는 거라서요. 이 금액에도 여전히 괜찮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아파트 가격대와 비교해 보면 나쁘지 않은데요. 사랑 아파트 내에서도 나와있는 다른 매물들은 2층이고, 인테리어도 안 되어 있으니까 더 싼 거네요. 반면 이 매물은 로얄동에 층도 괜찮고요. 저는 이 가격 괜찮다고 봅니다."
우리가 가장 신뢰하는 부동산 구루에게 '아파트'도, '매물' 자체도 괜찮다는 확인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작가님께 감사 인사와 함께 싸인을 부탁드렸다. 집 살 때까지 행운의 부적처럼 지녀야지.
우리는 더 이상 계약을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그날 아침 이미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었다. 사랑 아파트 매물의 집주인 분은 남편과 상의해 보았으나 결론은 하나도 깎아줄 수 없다고 했다.
우리는 송 작가님 강의를 다녀온 이후에도 큰 이슈가 없으면, 나와있는 가격 그대로 진행하자며 마음을 먹고 있었다.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 내려와서 차를 타자마자 남편은 일잘알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
"소장님, 저희 그냥 집주인 분이 내놓은 가격에 사려고요. 가계약금 보낼게요. 그런데 혹시 중도금 비율은 조금 낮출 수 없을까요? 집값의 50%는 저희에게 조금 부담이 되어서요"
"네 사장님 잘 결정하셨어요. 바로 계약한다고 하셨으니, 중도금 정도는 조율해 주실 거 같아요. 일단 계좌번호 받아올게요."
마음이 벅차올랐다. 우리 드디어 집 계약하는 거야?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아침에도 저녁에도 임장을 다녔다. 그 사이 집값은 천정부지로 높아졌는데, 좋은 매물들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며 마음이 쓰라렸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조수석에 앉아 송금할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고, 남편은 스피커폰을 켰다.
"어쩌죠? 지난주에 젊은 여자분이 그 집을 보고 가셨는데, 마음에 드셨는지 어제는 또 엄마랑 같이 보러 오셨었대요. 그리고 오늘 저녁에 확정해서 알려준다고 하셨나 봐요."
"아 그러면 저희가 먼저 말씀드렸으니, 가계약금 송금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주인분이 1천만 원 더 올려주면 진행하시겠다고 하네요."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올랐다. ‘매도자 장첸.’
매도자 장첸은 '생각해 보니 계산을 잘못했소, 20억이 아니라 21억은 받아야겠소.'라고 말한다. 계약금을 내겠다고 하는 매수자 앞에서 그 자리에서 호가를 올려버리는 매도자 우위 시장을 적확하게 나타낸 밈 중 하나다.
그래 요즘은 한 번에 5천만 원, 1억씩 올린다던데 그 정도가 아닌 게 어디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일단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집주인은 중도금 조율도 절대 불가하다고 했다. 더한 일은 우리가 오른 가격을 받아들인 뒤에 일어났다. 그 집 주인은 우리와 계약하겠다는 다른 집을 붙여 점점 더 높은 금액을 유도하고 있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가격을 높게 부르던가, 큰 금액을 질러볼 용기는 없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간보며 시간을 끄는 사람과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
"그 집주인분이랑은 계약하고 싶지가 않네요. 그냥 저희가 포기하겠습니다."
누구보다 이성적인 남편과 나인데, 어떻게 기다려온 기회인데, 이렇게 또 흘려보내는 게 과연 맞는걸까.
<자랑 코너>
송희구 작가님께서 제 지난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셨습니다...!
무작정 찾아간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만큼 기뻐서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