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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의 부동산 공부보다 한 번의 계약 경험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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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y 포지

“중도금 일정이 추석 뒤인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한데, 괜히 급하게 보일까봐 날짜 앞당기자는 말씀 일부러 안드렸어요.”



“잘했어요. 얘기 들어보니 가족 내부 사정 때문에 일찍 안 받고 싶으신 것 같죠? 그분들 계약 취소는 안 하실 거예요.”



매도인 가족이 먼저 떠난 뒤, 우리는 소장님과 잠시 다음 단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거 작성해서 주시면 실거래가 신고할 때 같이 넣을게요.”



건네주신 문서에는 ‘주택취득자금조달 및 입주계획서’라고 적혀 있었다. 처음 보는 거라 이것저것 물어봤더니 소장님이 말했다.



“부담 갖지 말고 쓰시면 돼요. 어차피 ‘계획서’니까요.”



“네, 그럼 다음 주까지 써서 드릴게요.”



실거래가 신고와 주택취득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은 둘 다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질질 끌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빨리 작성해서 제출할 생각이었다.



실거래가 신고와 주택취득자금조달계획서는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관할 시·군·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
· 공인중개사를 통한 거래라면 중개사가 대신 신고
· 6억 원 이상 주택 거래의 경우, 주택취득자금조달 및 입주계획서 포함

-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시행령 제3조



하지만 막상 쓰려고 보니, 하루 이틀 만에 완성할 수 있는 서류가 아니었다. 생각할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계획일 뿐이니 편하게 쓰라'는 부동산 소장님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가는 큰일 날 뻔했다.



부동산을 취득할 때 자금 출처 조사를 하는 빈도가 예전보다 더 늘었다고 한다. 세무사들이 쓴 글과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보니, 조달 계획서의 내용이 실제 자금 흐름과 다를 경우 1~2년 뒤 소명 요청이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세무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부동산에서 중요한 서류를 너무 ‘쉽게’ 설명하다 보니 사람들이 그만큼 가볍게 받아들이고 대충 써버린다는 거였다. 공인중개사는 거래 신고까지만 도와줄 뿐, 세금이나 자금 출처 관련 이슈는 전적으로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역시 전문 분야의 일은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가장 확실하다.




image.png?type=w773 주택 취득 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 (미리 작성해 보려고 만들었던 엑셀 시트)




서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항목은 ‘증여/상속’ 부분이었다. 증여상속과 관련된 부분을 잘못 기입하면 까딱하면 세금 폭탄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에 특히 조심해서 써야 했다.



나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부모님께 증여를 받았다. 원래 10년마다 5,000만 원까지 증여세가 공제되고, 2024년부터는 결혼할 때 1억 원을 추가 공제해 주는 법이 생겼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최대 1억 5천만 원까지는 비과세 한도로 알려져 있다.



· 혼인신고 전후 2년 이내,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은 증여 재산에 대해 1억 원 공제
· 기존 직계존속 증여재산공제(5천만 원)와는 별도 적용
· 혼인신고일 기준, 수증자 기준 평생 1억 원 한도

- 혼인 증여재산 공제「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의 2, 시행령 제53조의 2



나도 1억 5천만 원까지가 비과세 한도인 것은 알고 있었다. 문제는 증여세 신고를 깜빡했다는 것이다. 증여세는 증여일로 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했어야 한다.



3개월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났고, 세금 신고를 제때 하지 않아 가산세가 붙을까 봐 조마조마했다. 무신고 가산세가 납부세액의 최대 20%까지 부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무지했던 지난날의 나를 자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행히 기한 후 신고(사후신고)를 하더라도 증여세 공제는 여전히 적용 가능했다.



증여세를 신고하려면 부모님께 받은 날짜와 금액을 정확히 입력하고, 그에 해당하는 거래 내역을 증빙자료로 첨부해야 한다.



결혼 직전에 받은 금액은 비교적 최근이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 이루어진 거래는 정확한 날짜도 기억나지 않고, 계좌 수도 너무 많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부모님께 직접 여쭤본 끝에 어느 계좌로 송금하셨는지 확인했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날짜와 금액을 입력했다. 세 차례에 걸쳐 받은 금액을 세 번에 나누어 각각 신고를 마쳤다.



그런데 신혼 공제에서 더 나아가 생각해 보니, 우리는 아직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다.



혼인 증여재산공제는 혼인신고 전후 2년 이내 증여받은 재산에 대해서만

혼인일은 혼인관계 증명서상 신고일을 의미



혼인 공제의 기준이 되는 혼인일은 '혼인관계 증명서상 신고일'로, 증여받은 날로부터 2년 이내에 혼인신고를 해야 공제 대상이 된다.



즉, 나의 경우 증여일을 기준으로 2년 내에 혼인신고를 완료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증여세 감면을 위해서라도 이제 날짜에 맞춰 혼인 신고를 준비해야만 한다.



그 외에도 추가적으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자금 출처를 ‘현금’으로 기재하는 경우, 국세청에서 출처 조사를 매우 까다롭게 받을 수 있다.



현금 거래는 자금의 출처를 명확히 증빙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필요한 의심을 살 수 있다. 웬만하면 이 항목은 비워두고, 입증 가능한 계좌이체 내역으로 작성하는 편이 안전하다.



또 주택 구입 용도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는 있지만, 1억 원을 초과하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10.15 부동산 대책이 지난 지금은 "1억 원 초과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포함)을 보유한 차주에 대해 대출 실행일로부터 1년간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을 제한한다"라는 내용이 적용된다. 심지어 대책 발표 전에 받아둔 대출에도 적용이 된다.



2021년 이후, 1억 원 초과 신용대출은 주택 구입 용도로 사용할 수 없으며, 확인 시 회수나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규제지역에서 1년 내 주택을 매수하면 대출이 회수된다.



요즘은 부동산 계약을 진행할 때 보통 전자 계약서를 사용한다. 금리나 수수료 할인 등 많은 혜택이 있어서 서면으로 작성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계약을 준비하는 동안 정신이 없어 미처 떠올리지 못했다.



물론 종이 계약서로 진행한 후에 전자계약서로 전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매도인 어르신께서 연세가 많으셔서 은행 앱조차 사용하지 않으시고, 잘 걷지 못할 만큼 건강도 좋지 않으시다. 그래서 우리는 전자계약서 작성을 배제하고 그냥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주변에 부자 지인들이 몇 있다.



초등학교 친구 한 명은 몇 년 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상속세로 10억 원을 냈다. 그것도 친구 가족 회사의 변호사 여러 명이 붙어서 최소로 줄인 금액이라고 했다.



전 직장에는 나보다 2살 위인 친한 동료가 있었다. 그 분은 타워팰리스를 소유하고 있었고, 마세라티를 타고 다녔다. 하루는 우울한 표정으로 힘들어하고 있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한숨을 쉬며 세금으로 2억 원을 내게 생겼다고 대답했고,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의 나는 단순히 ‘부자니까 세금도 많이 내는구나’ 하고 넘겼다. 듣고도 세금이라는 게 내 인생과는 아직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의 내가 그런 거액의 세금을 낼 일은 없겠지만, 그때와 달리 이제는 세금이 더 이상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주택자금계획조달서를 쓰려다 증여 신고를 했고, 혼인 신고 계획을 세웠고, 또 대출 방향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했다. 그야말로 부동산 계약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었다.



이래서 백 날 공부하는 것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한다고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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