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나를 부를 때

滿目蕭然

by 반달

딱히 불면은 없었는데 요즘 들어 잠을 설친다. 정확히 말하면 일찍 깬다. 나이가 들어서인 건가라고 하기에 전날의 활동량이 적었던 것도 아니다. 지루했던 백야도 아랑곳 않고 잤던 터라 스스로의 예민함을 꼬집을 점도 없다. 내외적으로 잠을 충분히 잘 요건과 환경이었다.

새벽의 어둠 속에 몸을 일으켜 앉아 커튼 사이로 보이는 달과 지구를 멍하니 바라본다. 화성에 터를 잡고 산지 벌써 수년 째인데다 이곳 환경에 익숙해지 않은 것도 아니다. 왜 그럴까... 자기 고찰을 멍하니 하다 보면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린다. 외부에는 바람이 없는 이곳에서 지구처럼 나뭇가지가 부딪히며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자유로이 산책하며 떠드는 소리도 아니다. 불현듯 소름이 돗지만, 애써 ‘그냥 피곤해서 일 거야’라고 넘겼다. 하지만 요 며칠 새 매일 들리는 이 소리는 환청이라고 착각할 만큼 나를 혼미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 소리를 ‘새벽’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왜냐면 내가 불면으로 일어난 새벽에 만 들리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한다면, 솔직히 내 지식 내에서 설명할 길이 없다. 나는 의사도 아니고 과학자도 아니며 물리학을 공부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 웅얼거림은 마치 ‘마음의 소리’같이 들렸기에, 단순 소음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왜 나면 낮에는 이런 기척 소리를 느낀 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활동을 하고 있어 집중하지 않아서 일까라고 질의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정말인지 낮에 들린 적은 없다. 저녁 식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오직 ‘새벽’에만 이 소리가 들린다.


내가 미친 것인가...


분명 나도 이런 의심을 했다. 내일 당장 의사를 만나봐야 하나 하면서도, 이게 내 일상에 아직 지대한 영향을 주진 않아서(정확히 말하면 부정적인) 일단 예의 주시하기로 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내가 미친 사람이 될 순 없다. 누군가를 납득시킬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기 때문에 난 지금 섣불리 나서기가 어렵다.

내가 설명 듣지 못한 어떤 이유가 있는지 화성생활안내서를 뒤적거렸다. 파일 내 단어 검색을 여러 가지로 두드려 보았지만, 별 소득이 없다. 기본적으로 화성 밖에서의 소리가 집 안으로 스며들어 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리는 길지는 않다. 체감 상 한 15분 정도? 처음에는 바람소리 같았지만, 3~4일 째부터는 무언가 사람이 말하는 웅얼거림 같았다. 그리고 일주일이 넘어가는 지금에서는 몇 가지 단어도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들은 것이 맞다면 ‘그대, 싶어요, 말, 해주세요’ 정도? 핵심 단어는 잘 들리지 않아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 누군가가 있는지 창 밖을 살펴봐야 시뻘건 사막 같은 황량함만 깨달을 뿐이다.

소리가 잦아들 무렵, 이미 잠은 깰 대로 깨서 더 이상 재수면은 무리라 여기고 책을 펼친다. 나는 혼자 살고 있고, 화성을 죽도록 고요하다. 나 말고 몇몇 거주민이 있지만 우리는 필요한 때 말고는 사실 잘 교류하지 않는다. 몇 명 없으면 친해질 법도 한데 의외의 상황이다. 처음에는 서로 화성 환경에 적응하는데 급급해서라 생각했다. 본인의 삶이 정신없으면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생각했다. 나 또한 그러했다. 서로 눈이 마주쳐도 인사 한번 안 했다. 그냥 빤히 쳐다보다 자기 일로 돌아갈 뿐이다. 지구에서였다면 그랬을까? 글쎄... 솔직히 그것도 잘 모르겠다. 왜냐면 지독한 고립감과 외로움에 화성으로 왔으니까.

큰돈을 내서 화성에 온 것은 이 지구를 떠나고 싶어서였다. 누구든 한번쯤 그럴 것이다. 지독하게 지금의 삶이 힘들고 괴로우면 죽고 싶다거나 여행을 가고 싶다거나 현실을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외로움은 나를 적극적으로 이곳으로 데려왔다. 차라리 철저히 고립된 곳이라면 외롭다는 생각이 무의미할 것이라 생각했다. 누구를 탓하지도 않을 만큼 말이다.

보호장구를 갖추고 집을 나섰다. 손목시계에서는 화성 온도와 광풍의 위험을 경고했지만 멀리 나가진 않을 것이라 무시했다. 곧게 서서 지구를 다시금 바라보았다. 혹시 지구에서 온 소리일까? 아직 지구에 살고 있는 나의 지나간 인연들 중 누군가의 목소리일까. 1도 들리는 소리 없는 고요함에서 내 숨소리만 미세하게 들린다.

걷다 보니 점점 더 손목시계가 안달이 났다. 이제는 피해야 하나 보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거리가 상당하다. 경고는 괜한 경고가 아니었네. 후회하지만 지금은 빨리 집에 가는 것이 답이다.

걷다가 내 몸이 붕 떴다. 앗! 강풍이다. 족히 3미터는 날은 듯하다. 쿵! 바닥에 부딪혔다. 전반적으로 슈트가 방호, 방화에 능하여 다행히 다친 데는 없었지만 놀란 탓이었을까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내 옆에 누군가가 있었다. 흠칫 그녀의 중얼거림이 ‘새벽’이 인가 착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새벽인가?’라고 말해버렸다.


“아니요, 지금은 밤이에요. 정신 좀 들어요?”

여긴 내 집이 아니라 그녀의 집이었다.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어떻게 된 거죠?”

“강풍 경보가 떠서 문단속을 단단히 하려고 하니깐 모니터 상에 사람이 인식되었어요. 그래서 혹시나 해서 망원경으로 봤는데 당신이더군요. 다행히 강품이 한번뿐이어서 운이 좋은 줄 알아요. 안 그랬으면 당신 화성에서 죽은 첫 번째 사람이 되었을 거예요. 시신도 없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근데 왜 이런 날 나간 거예요? 경보 못 봤어요?”

“아니 그게...”

말하려다가 말았다. 내 ‘새벽’이 때문이라 말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화성 와서 처음 말을 나누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녀는 더 캐물으려 하다 마는 눈치이다.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서로의 것을 알 필요 없다. 그냥 각자 살아가면 그만이다.

“전 이만 가볼게요.”

“괜찮겠어요? 의무실에 연락 안 드려도 되겠어요?”

“네 괜찮아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네 그럼...”


밖을 나가려는데 어디서 낑낑, 멍멍하는 소리가 났다.

“이건 무슨 소리예요?”

“아... 강아지 소리 녹음이요.”

"네?"

"이런 말 하면 웃기게 여기실 것 같은데.... 그립고 외로워서요. 그래서 강아지 소리 녹음한 것을 틀어 놓고 지내요."

"아 네..."

"외롭고 싶지 않아서 왔는데... 여기서도 외로움이라는 것이 생기더라고요."


그녀의 말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

"저도요....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으세요. 당연한 거죠. 감사했어요. 이 은혜 다음에 꼭 갚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았다. '새벽'은 진짜 환청이었을까. 아니면 결국에는 외롭고 싶지 않았던 내 소리였을까. '새벽'이 벌써 그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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