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으면 0칼로리
오늘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어제 큰 아이가 감기기운이 있다며 미열도 있고 컨디션이 안 좋아서 학원도 빠지고 집에서 쉬는 바람에 오늘 삼일절 연휴 첫날이지만 문 여는 소아과가 있어서 방문하였다. 둘째 아이도 며칠 전부터 목이 아프대서 이비인후과를 갔음에도 낫질 않아 오늘은 형아와 함께 소아과를 갔다. 9시도 되기 전에 출발했지만 이미 소아과는 스무 명이나 대기 중이었고 우리는 스무 명이 진료가 끝난 후 진료를 보고 나올 수 있었다.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지난주 예약해 두었던 미용실에 가서 원장님께 예약시간보다 한참이나 지나서 도착하는 바람에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전하며 따뜻한 커피 한잔을 드리고, 나도 빈 속에 카페라테 한잔을 마시며 머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두 시간 후 벌써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집에 도착했다.
아까 집에 내려줄 때 큰 아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엄마, 오늘은 비도 오는데 뜨끈한 돼지국밥이 당기지 않아요?"
"이따 엄마 미용실에서 머리하고 가서 점심에 국밥 먹으러 가자."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겠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나오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리니 같이 가잔다. 집에 들러서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집 근처 단골 돼지국밥집에 들렀다.
큰 아이와 우리 부부는 순대국밥을, 둘째 아이는 돼지국밥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둘째야, 너는 왜 돼지국밥을 시켰어?"
"그냥, 돼지국밥이 좋아"
"그래, 그렇구나"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거의 다 차 있었는데 생각보다 금방 나왔다. 우리 네 식구는 모두 말없이 조용히 뜨끈한 국밥 국물을 들이키며 맛있게 한 그릇씩 다들 맛있게 뚝딱 비우고 나왔다.
둘째가 양이 적어서 다 먹을 수 있을까 했는데 웬일로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국물 한 모금 남기지 않고 모두 다 먹었다. 아까 소아과에서 몸무게를 재보니 겨울방학 때보다 3킬로가량 늘었다. 날씬한 몸매의 소유자임에도 몸무게가 늘은 것을 봤을 때 키가 많이 자랐으리라. 둘째는 어릴 때부터 입도 짧고 밥도 잘 안 먹어서 엄마의 애를 많이 태웠는데 이렇게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흐뭇하다. 거기다 오늘은 밥도 잘 먹으니 더 예쁜 게 아닌가.
둘째가 나오더니 국밥 한 그릇 더 먹을 걸 그랬단다. 남편이 한 그릇 더 시키면 다 못 먹었을 거라며 음료나 뭐 다른 거 사 먹으러 가잔다. 남편은 커피를 마시고 싶댔고, 둘째는 꽈배기가 먹고 싶댔는데 도넛으로 종목 변경한 후 인근 도넛 가게로 갔다. 우리는 각자 다른 도넛과 음료를 시킨 후 자리를 잡고 맛있게 먹었다.
'밥 다 먹고 도넛에 음료까지 다 들어갈까?'는 나의 착오였다. 나는 배가 부르다고 음료는 주문하지 않고 도넛만 하나 시켜서 먹었는데 큰 아이는 시킨 게 마음에 들지 않는데서 남편이 새로 다른 걸 사주어서 자기가 시킨 밀크티와 도넛 한 개 다 클리어하고, 둘째는 자기 도넛은 다 먹고 엄마랑 형아거 조금 맛본 후 자기가 시킨 피치아이스티는 또 맛이 없다고 반만 마신다.
남편은 내가 도넛이 너무 달다니까 자기가 산 아메리카노를 나에게 나누어주어 조금 마셨는데 역시 도넛에 커피가 진리인 것 같다. 도넛이 너무 달 때 커피 한 모금은 신의 한 수다. 커피를 오후에도 마시면 카페인예민러인 나는 밤을 새워야겠기에 도넛만 샀지만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칼로리 대폭발의 날인데 비도 오고 하니 달달한 도넛이 잘 들어간다. 이래서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고 할 수밖에 없구나. 어쨌든 오늘도 맛있는 점심 한 끼 잘 먹었다.
<달콤한 도넛 리뷰가 궁금하시다면...>
<뜨끈하고 든든한 돼지국밥 리뷰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