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치킨 맛대결
오늘은 한 달 전 예매해 둔 강연을 들으러 가기로 한 날. 오후 시간을 다 쓰고 집에 오면 늦을 것 같아서 저녁 메뉴를 치킨으로 정해두었다. 집에 오니 저녁 6시. 뭔가 만들기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에어프라이어에 미리 사둔 냉동 치킨을 두 종류를 구워서 주기로 했다.
결혼 전에는 치킨은 밥 대신 먹는 거로 생각했는데 남편은 신기하게도 밥과 치킨을 같이 먹었다. 난 여전히 치킨만 먹을 때도 많지만 오늘 산 순살치킨은 모두 양념이 되어 있는 것들이라 아이들에게도, 나와 남편도 밥과 함께 반찬으로 먹게 되었다. 그리하여 '치느님, 강림하신 날!' 되시겠다.
한 가지는 매콤한 고추가 들어간 튀겨진 순살치킨이고, 한 가지는 달콤한 간장맛의 순살치킨이었는데 역시 대기업 브랜드답게 배달로 시켜 먹는 큰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유명치킨과 흡사한 맛을 구현해내고 있었다.
고추맛이 나는 바삭한 유명치킨의 맛과 비슷한 순살치킨이라 큰 애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고, 아주 소량이긴 하지만 꿀이 들어가 달콤한 간장맛이 나는 순살치킨이라 둘째 아이와 남편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물론 동일한 맛을 구현한 건 아니었지만 비슷한 느낌과 맛이라서 친숙했다. 아는 맛이 무서운 법. 친숙한 맛이 입맛을 더 돌게 해 맛있는 맛이었다.
치킨엔 맥주인데, 밥은 안 먹으려니 하루 종일 밥은 한 톨도 먹지 못해서 반도 안되게 한 술 뜨고 치킨에 작은 맥주캔 하나를 꺼내어 들었다. 시원한 맥주 한 잔과 바삭하고 뜨끈한 순살치킨 한 입을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행복한 맛이다...^^
남편님은 술을 못 드셔서 정직하게 밥과 치킨만 드시고 일어난다. 아이들은 며칠 전부터 큰 애가 먹고 싶다던 양념감자를 같이 조리해 주었더니 밥을 다 먹고 나서도 한 접시씩을 다 비운다.
"무서운 것들. 어찌 그리 많이 먹니? 그게 다 들어가나?" 했더니,
큰 애 하는 말, "성장기(성장기아이들)라 그래요."란다.
그래, 그 말이 맞다 싶다. 나도 한 참 클 때는 라면 끓여서 한 개 다 먹고 밥도 말아서 먹고 했으니, 십 분 이해한다. 많이 먹고 쑥쑥 커라. 많이 먹어야 확실히 잘 크긴 하더라. 체하지 않게 꼭꼭 씹어서 먹고 소화만 잘 시키면 된다.
부모마음은 다 그런 가보다. 아이들 입에 먹을 거 들어가는 것만 봐도 흐뭇하고 행복한 것. 우리 부모님도 그러셨으리라. 결혼하기 전에는, 부모가 되기 전에는 생각해 보지도 느껴보지도 못했던 것들인데 부모가 되어 아이들이 크는 것을 보며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는 것 같다.
내일은 양가 부모님 모시고 외식하기로 한 날이라 오늘은 조금만 생각하고 내일 뵙기로 하자.
어쨌든 우리 집 치킨 대결은 2:2 동점으로 끝났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차피 예견된 두 팀의 결말이었지만.
오늘도 저녁 한 끼 잘 먹었다.
고추맛치킨과 달콤간장맛치킨 맛대결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