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나만
"연정아..!"
혜유는 곧바로 연정의 옆으로 갔다. 연정은 연정의 엄마를 보고 많이 당황한 듯싶었다. 연정의 엄마는 연정의 옆에 있는 혜유의 손목을 잡고 끌었다.
"이리 안 와? 경찰에 신고할 거야, 너."
연정의 엄마가 휴대폰을 들고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연정이 황급히 뛰어와 연정의 엄마의 팔을 잡고 말렸다.
"엄마, 왜 그래요..! 그러지 마세요. 네? 다 저 때문이니까 그러지 마세요."
"김연정 너 가만히 안 있어? 학교 가서 이런 애랑 친구 하라고 내가 학교 보내줬니?"
"혜유는 저 걱정돼서 그런 걸 거예요. 제가 오늘 학교에 안 나오는 바람에.."
연정의 엄마는 그런 연정이 귀찮다는 듯이 멀리 밀어 버렸다. 연정은 힘 없이 비틀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혜유는 서둘러 연정의 엄마에게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오늘 일은 제가 잘못한 게 맞아요. 앞으로 이런 일 다시는 안 일어나게 할게요. 그러니까 한 번만 눈 감아주세요, 제발요.."
"뭐? 눈을 감아 줘?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너 같은 애가 커서 범죄자가 되는 거야!"
"죄송합니다. 진짜 잘못했습니다."
"그리고 왜 나한테 빌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전부한테 빌어야지!"
연정의 엄마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자 연정의 옆집에 사는 이웃들 중 할머니가 나와 연정의 엄마에게 말했다.
"너무 그러지 말아. 애도 실수할 수가 있는 거지. 따끔하게 한 번 혼내고 그냥 보내 줘."
"할머니는 조용히 계세요!"
그 순간, 연정의 엄마의 휴대폰으로 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어떤 남학생이 몰래 들어가려다가 걸렸는데 2506호에 친구 만나러 가야 한다고 해서요. 잠깐 경비실로 와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연정의 엄마는 전화를 끊고 이성을 잃기라도 한 듯 혜유를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하긴, 공범이 필요했겠지. 네 머리로는 혼자서 못 할 것 같으니까. 안 그래?"
"연정 엄마, 그만해요. 학생도 얼른 죄송하다고 하고."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하면 이게 끝날 일이냐고..! 하, 진짜! 할머니는 뭣도 모르면 조용히 계시라니까요?"
연정의 엄마는 혜유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연정도 그 뒤를 서둘러 뒤쫓아갔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경비실 앞에는 주환이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연정의 엄마는 주환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경비원은 연정의 엄마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남학생이 입주민 하고 지인인 척 같이 들어가려고 했다가 경비실 앞에서 딱 걸렸습니다."
"허.. 얘, 너 부모님이 너 그러고 다니는 건 아시니?"
"아무튼 학생하고 얘기 잘해보시고요. 이만 교대해야 해서 가보겠습니다."
경비원이 가고 연정의 엄마는 혜유와 주환을 번갈아 보며 먹잇감을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너네 연정이랑 친구는 맞아?"
"네.."
"왜 들어오려고 한 건데? 밖에서 만나면 되잖아?"
"몰래 가고 싶었어요.. 보안이 있는 줄도 몰랐고요.."
"보안이 있으면 그냥 몰래 들어오면 되는 거야? 어?"
"아니요.. 저희도 당황해서 순간 그런 행동을 한 것 같습니다. 변명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죄송합니다."
혜유와 주환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단 말만 반복했다. 그런 모습을 계속해서 보기 힘들었던 연정은 연정의 엄마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얘네 정말 나쁜 애 아니에요. 한 번만 넘어가요, 엄마.."
연정의 엄마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는 듯 한숨만 내쉬며 혜유와 주환을 노려 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연정의 엄마는 입을 열었다.
"너네 또 걸리면 그땐 둘 다 나란히 경찰서 가는 거야. 알겠어?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고, 너네 범죄자 되는 건 아닌가 몰라.."
"네, 죄송합니다."
"앞으로 우리 연정이랑 놀지도 마. 말도 걸지 말고, 다가오지도 마. 알겠어?!"
"네.."
연정의 엄마는 연정을 데리고 되돌아가며 혀를 끌끌 찼다.
"요즘 세상에 어디 무서워서 맘 편히 다닐 수가 있나.."
혜유와 주환은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연정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서둘러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갔다.
연정은 그런 둘을 잠시 뒤돌아 보며 머릿속에는 온통 미안하다는 생각으로만 가득 찼다. 연정의 엄마는 집에 들어가고 나서도 혜유와 주환을 욕 했다.
"너는 어떻게 친구를 사귀어도 그런 애들만 사귀니? 너도 참.."
연정은 말없이 방바닥만 바라보았다. 연정의 엄마가 하는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야, 김연정. 내 말 듣고 있어? 너 누가 사람 그렇게 무시하라고 했어? 내가 너 그렇게 가르쳤니? 너 밖에 나가면 욕먹어, 얘!"
집에서 서랍을 닦고 있던 도우미 아주머니가 눈치를 살폈다. 연정은 슬쩍 고개를 들어 연정의 엄마를 바라보았다. 연정의 엄마는 그런 연정에게 소리를 쳤다.
"뭘 쳐다봐!"
"엄마, 그만 좀 하면 안 돼요? 다른 집 애들은 다 집에서 사랑받고 자라는데, 저만 사랑 못 받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