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는 수련이고, 도반은 길이다

퇴직 이후에 내가 다시 배운 ‘함께 걷는 법’

by 츤데레달언니

요가는 수련한다고 한다.
수련(修練)의 사전적 의미는 '인격, 기술, 학문 따위를 닦아서 단련하다'이다.

요가를 하면서 나는, 스스로의 마음과 몸을 수련하며 좀 더 정진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 안의 에너지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 그 공간에서 함께 요가를 하는 ‘도반’과 나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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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道伴)이라는 뜻은, ‘도로써 짝을 이루고 사귐을 갖는 사람’이라고 한다.
요가를 하는 동안에는 선생님, 회원님을 떠나 ‘요가 도반’이라고 부르게 되는데,

나는 이 단어가 어쩐지 ‘길을 함께 걸어가는 친구’처럼 들리고 느껴진다.


이익으로 만난 것이 아니라, 이 길에 같이 놓였기 때문에 같이 걸어가야 하는 도반.

퇴직 이후의 내 삶에 ‘산티아고 순례길의 ‘까미노를 만나도, ’ 요가 도반’을 만난 것은,

어떤 우연이 있었던 것일까?


나에게 요가를 본격적으로 안내해 주면서도, “그저 요가 도반일 뿐이에요”라며 싱긋 웃는 이가 있다.
요가원에서 만난 소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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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쌤은 30대 중반의 탄탄한 근력이 돋보이는 요가인이다.
요가 강사를 직업으로 선택한 지 4년 차 정도 되는 것 같다.

올바른 요가 정렬을 안내하기 위해 인체 근육의 쓰임을 이론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본인의 수련도 늘 정진하고 있다.


나와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만나는데,
같이 요가 수련을 하고, 수련 후에는 커피를 마신다.

요가 수련의 느낌, 근육의 쓰임, 오늘의 컨디션.
대부분의 수다는 결국 요가로 돌아온다.

그러다 보니 24년 나이 차이가 무색하게, 우리는 절친 도반이 되었다.


소쌤은 워낙 이성적이고 계획형이다.
우리는 그녀를 가끔 “대문자 T, 대문자 J”라고 놀리기도 한다.

모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 늘 시간이 걸린다.
때로는 예상되는 걸림돌들 안에서 마음 다지기가 버겁다고도 했다.


그래서 요가 강사로 입문하는 길도,

진정한 요가 강사로 성장하는 것도,

많은 마음의 준비와 공들인 수련의 깊이가 늘 고민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작년에, 열정의 보리선생님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한 달간 요가 수련을 하고 돌아왔다.
보리의 열정에 물들어 왔다.


그 이후로 소쌤은, “일단 부딪쳐 보자”는 다른 삶의 방식도 도전해보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가끔은 놀랍게 성장하고 있는 그녀 마음의 크기가, 내게 감동으로 올 때가 있다.

그리고 그 감동은, 내게 마음의 안정을 주기도 한다.
불안한 삶에서, 같이 걸어가는 도반이니까.


우리 요가원은 회원들과 커뮤니티를 이루어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일상적인 요가원 수련을 벗어나 다른 활동을 통해, 또 다른 수련의 에너지를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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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말하면 그럴듯하지만,
실은 요가 수련에 진심인 도반들끼리의 ‘요가 덕후질’이랄까.


일 년에 한 번씩, 요가의 성지 제주도에서
명망 있는 요가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수련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회원 몇 명과 요가 선생님들, 대략 8~10명이
대학생 단체 MT라도 가듯이 맨투맨 티도 맞춰 입고, 숙소에서 밤새 수다도 떨면서
요가 외에도 또 다른 ‘알아차림’의 짧은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대부분 “왜 요가에 입문했는지”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몸이 아파서. 마음의 평화를 기대하며. 그런 말로 시작하다가.

한 꺼풀 더 들추게 되면, 결국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결혼 후 육아에 지치고, 아이들이 커갈 즈음.
“나를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에서 요가를 하게 되었다는 40대 단아한 얼굴의 회원님이 있었다.

그분은 요가 수련 외에도 ‘필사’를 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고 했다.
제주도 여행에서도 밤 열 시가 되면 맥주를 마시다 말고 조용히 방에 들어가서
필사를 하고는 다시 나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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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말간 얼굴이던지,

최근에 듣기론 요가 강사 과정을 수료하셨다고 하니,
이제 곧 새로운 요가 강사의 길로 들어가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졸업 후 건축사 사무실에서 13년간 고되게 일하다가 번아웃이 왔었다는 필승님.
그 고되었던 시간들을, 필승님은 드문드문 눈물로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그러다 요가를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긴 터널을 지나, 제2의 직업으로 요가 강사를 택하게 되었다고 했다.

벌써 2년이 지났고, 지금 필승님은 본인만의 요가원을 오픈해서
수련의 장을 나누는 도반이 되었다.


유독 젊고 아리따운 요가 도반들은
삶의 ‘시작’에 대한 고민도 함께 요가로 전달해주곤 했다.

고된 간호사 직업에서 번아웃을 경험하며 퇴사와 취업을 반복했던 민하 님은,
요가 수련과 도반들과의 대화를 통해
진정으로 ‘다른 사람의 삶의 회복을 돕는 것’을 좋아하는 자기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은 아예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소방서 119 요원이 되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다들, 살면서 힘듦을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었던 이유들이 있었다.
요가에 입문한 길은 다 달랐지만, 요가를 수련하면서 ‘나로 가는 길’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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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는 힘.
나를 자각하는 힘.

그리고 지금의 나를 온전히 사랑하게 되는 길.

요가 도반들과 수련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그 길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생각해 보면 까미노도, 요가도 결국 같은 질문으로 나를 데려간다.
“너는 지금, 너의 속도로 걷고 있니?”

혼자 걷는 길 같아도, 그 길 어디엔가 늘 도반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매트 위에 올라, 다시 한번 내 길을 정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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