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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봄이었던 사람아, 이젠 안녕

10. 새로운 봄을 찾아서

by 레 자무레즈

이혼 서류를 접수하고 한 달의 숙려기간도 빠르게 지났다.


긴 터널의 끝에 끝까지 다다랐건만 나는 여전히 '되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하고

저 멀리 지나온 길들을 되돌아보곤 했다.


싫다는 와이프를 간신히 설득해 부부상담도 받아보았고

답이 없는 사람을 기다리고 또 다독여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지나버린 것인지

굳어버린 시멘트처럼 와이프의 마음은 견고했고 단호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5년 2월 27일, 우리의 협의이혼 확인기일이 되었다.


정해진 시간에 가정법원 대기실에 들어서니

이혼을 기다리는 수많은 부부들이 가득했다.


모두들 나란히 앉아있지만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는, 적막이 흐르는 공간이었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고요한 공간 속에서 우리는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며

잠시나마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우리 차례가 왔다.

작은 방 안에서 판사님을 마주하고

우리의 신분과 이혼의사를 확인하는 데에는

채 3분도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이제 이혼서류를 구청에 제출하고

법무사를 만나 재산분할만 처리하면 모든 것이 끝이다.

결혼으로 묶여있던 우리의 법적, 금전적인 관계들도.


그동안 하고 싶은 말도, 해주고 싶었던 것들도 참 많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마음속에 꾹 눌러 담은 채 짧은 작별의 인사를 했다.


"나의 봄이었던 OO아. 나 이제 새로운 봄을 찾아갈게.

더 잘해주지 못해서, 그리고 빨리 놓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렇게, 나는 나의 봄이었던 사람을 떠나보냈다.


고작 10화의 글을 쓰는 동안, 남몰래 참 많이 울었습니다.


이제는 괜찮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다고 시작해 본 브런치였건만

지난 시간들을 되짚어보니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저릿함이 몰려오곤 했거든요.


너무 빠르거나 느렸던 서로의 마음.

그리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한 걸음만 서로에게 다가가 주었다면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우리의 결혼 이야기.


결혼에 실패한 사람의 복기이자 반성문 같은 글이지만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의 결혼생활에 안녕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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