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후회할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오랜만에 와이프에게서 카톡이 왔다.
그리 길지도 않은 간단한 문장들이었지만,
나에게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혼란스러운 말들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나랑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겁지 않다고.
나아질 자신이 없다고, 그저 행복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미세한 균열로 여겨왔던 일들이 거대한 붕괴가 되어 다가왔다.
며칠 뒤, 우리는 한남동의 한적한 카페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했지만 분위기는 냉랭했고, 9년 만에 우리는 처음으로 싸웠다.
나는 나를 버려둔 와이프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얘기했고,
와이프는 나와 함께였던 무료한 주말의 일상에 대해 말했다.
누구도 자신의 잘못과 미안함을 먼저 말하지 않았고,
상대방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이라는 날카로운 칼날로 서로의 가슴을 후벼 팠다.
9년 만에 처음 해 본 싸움에 우리는 많이 서툴렀다.
해답 없는 대화 속에 우리의 싸움은 흐지부지 끝났고
나는 9년 만에 처음으로 떠나는 와이프의 모습을 뒤돌아보지 않고 갔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처음으로 뒤돌아보지 않고 가는 나를 보며
와이프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그 순간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때 뒤돌아봐줄 걸,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말할걸.
이제 와 달라질 것 없는, 쓸데없는 생각이지만
지금 후회할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달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