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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부부에서 월말 부부로

6. 혼자 한 꽃놀이

by 레 자무레즈

결혼 4년 차를 맞이한 2024년. 와이프는 조금씩 나에게서 멀어졌다.


매주 금요일에 집에 오던 와이프는 어느샌가 토요일에 오더니 어떤 주는 아예 오지 않기도 했다.


"미안해, 오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나 알잖아, 이러다 말겠지. 조금만 더 놀게."


와이프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매주 바뀌어 갔다.

친정식구들과 등산을 다녀온 사진, 회사동료와 전시를 보고 온 사진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 와이프 옆에는 늘 다른 사람이 있었는데,

와이프는 내 마음도 모르고 그런 사진들을 보내주곤 했다.


와이프는 등산도 전시도 좋아하지 않던 나 대신

다른 사람들 속에서 즐겁고 싶었으리라.


부부라 할지라도 모든 순간들을 함께 할 수는 없으니까.

다만, 나와 함께 보내지 않은 그 시간들이 우리의 결혼생활을 침해하지는 않길 바랐다.


하지만, 슬픈 예감은 애석하게도 빗나가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3달이 지났을 무렵,

우리는 주말 부부가 아닌 월말 부부가 되어 있었다.


와이프는 때때로 나와의 약속을 잊기도 했고

하루 종일 주고받던 연락들도 뜸해지기 시작했다.


금세 오던 답장은 12시간, 24시간 뒤에 오곤 했고

전화를 받지 않는 날도 많아졌다.


오랜 기다림 뒤에 나에게 돌아온 대답은

"등산 갔다 오느라 피곤해서 씻고 바로 잠들었어.",

"정신없어서 연락 못 했어, 미안." 같은 것들이었다.


매일 모든 것들을 공유하던 우리였지만,

와이프는 더 이상 나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2024년 4월 벚꽃이 아름답게 만개한 주말.


8년간 함께 꽃놀이를 가주던 사람은 곁에 없었고,

그렇게 나 홀로 벚꽃 구경을 갔다.


그날의 벚꽃은 여느 때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웠지만

우리의 추억이 담긴 그 길을 걸으며 나 홀로 외롭고 쓸쓸했다.


KakaoTalk_20250406_020953076.jpg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숨겨진 벚꽃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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