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랑하면 돼
남들은 우리를 보고 특이하다고들 했다.
서울과 수원에 살며 주말부부를 한다는 것도.
상견례도 결혼식도 전에 집을 사고 혼인신고를 했다는 것도.
결혼을 했으면서도 딩크로 살겠다고 선언한 것도.
우리 눈에는 딱히 이상할 것도 없는 것들이었지만,
아주 보통의 부부와 조금은 거리가 있었으니
그러한 걱정들이 이해되기도 했다.
속전속결로 해 나갔던 아파트 구매처럼 결혼식 준비도 순식간이었다.
염치없게도 결혼식 준비와 인테리어, 신혼여행까지 모든 것들을
와이프한테 일임했고 와이프는 거침없이 결정해 나갔다.
지난 4년 간의 연애에서도 그랬는데,
나는 크고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 와이프의 뜻에 대부분 따랐다.
와이프는 나한테 맡기느니 자신의 마음에 맞게끔
스스로 방향을 정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2021년 4월 10일.
코로나가 한창 성행하던 시기였고 우리의 결혼식은 매우 짧게 치러졌다.
식장에 입장 가능한 인원은 제한됐고 주례와 폐백 그리고 단체사진 촬영도 생략했다.
몇 달을 준비한 결혼식이었지만,
끝나는 데에는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참, 우리 다운 결혼식이었다.
제주도에서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우리는 본격적인 신혼생활을 시작했지만,
우리의 집이 있다는 것 외에는 연애하던 때와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평일에는 각자의 일을 하고, 각자의 집에서 쉬거나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그리고, 주말에는 우리의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결혼이라는 틀 안에서도 우리는 충분한 자유를 누렸다.
우리를 걱정했던 많은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되려 우리를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누가 뭐래도 우리의 인생이고 우리의 결혼이었고,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행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나의 부장님만큼은
우리의 결혼생활을 두고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곤 했는데
듣다 지쳐 나는 이렇게 답했던 기억이 난다.
"저는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해요. 부장님은 행복하신 거 맞죠?"
그 이후, 비로소 부장님의 지난한 잔소리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