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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기차를 타고

3. 이제는 오지 않는 나의 Love Train

by 레 자무레즈

서툴렀던 내 고백 이후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반년쯤 시간이 흘러 그녀는 대학원을 졸업했고 수원에 연구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나는 영등포에 살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우리의 만남은 대개 주말에 영등포에서 보는 것으로 귀결되곤 했다.


나는 에너지가 적고 비활동적인 사람이었기에 평일에 데이트를 할 기운이 없었고 또 대중교통을 오래 타면 급격히 피곤해졌는데, 그녀는 그런 내 모습을 보는 게 싫다며 주말마다 수원역에서 기차를 타고 영등포로 와주곤 했다.


아주 드물게 내가 수원으로 간 적도 있었지만, 수원보다는 서울에 더 재밌는 게 많다며 기어코 본인이 서울로 오겠다고 했다. 미안한 일이었지만, 그런 그녀가 너무 고마웠고 또 좋았다.


20대 후반~30대 초반까지 이어졌던 우리의 연애는 보도블럭 사이에 핀 민들레처럼 평범하지만 아름답게 빛났다. 같이 맛있는 것을 먹고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도 타고 서로가 좋아하는 만화카페나 PC방을 함께 가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을 하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을 하든 함께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나날들이었으니까.


연애를 하는 동안 우리는 영등포역을 향해 뛰는 날들이 많았다.


같이 저녁을 먹고, 꼭 붙어있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마지막 기차시간이 다가오곤 했다.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다는 우리의 마음이 선로에 들어선 기차를 멈출 수는 없었고, 우리는 터질듯한 심장을 부여잡고 전력질주를 해댔다.


매번 아슬아슬하게 기차를 잡을 때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지만, 그 이후로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까스로 기차에 올라탄 그녀는 창문 너머로 먼저 들어가라고 손짓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기차가 저 멀리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주말마다 내 곁에 와주는 나의 Love Train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사랑과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이후로도 연애 4년 동안, 우리의 사랑은 기차를 타고 오고 갔다.


그리고 연착, 지연되는 일은 있어도 한 번도 운행이 중단된 적 없던 그 기차는

결혼 4년차를 맞아 결국 멈춰서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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