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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고 보는 것 "리얼 페인 (Real Pain)"

아픔은 잊는 것은 방법이 아니니까

by CRANKWITHME Mar 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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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얼 페인”은 상실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벤지”와 “데이비드”가 할머니를 상실한 감정을 이겨내기 위해 할머니의 본가를 찾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유대인의 아픈 역사를 투어 하는 것을 통해 상실감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여기서 데이비드와 벤지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벤지는 생각한 것을 내뱉고 표현하는 사람인 반면에 데이비드는 분위기와 환경에 순응하는 사람이다. 영화 속에서 벤지는 결국 상실감과 아픔은 외면하고 잊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나타내고, 데이비드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아픔과 상실감을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데이비드는 벤지의 과거에 대해 말한다. 벤지는 자살 시도를 했으며 그 이유는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유가 할머니에 대한 상실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결국 다시 생각해 보면 벤지의 의미에 빠져드는 것은 슬픔과 그리움 속에서만 살게 되고 좋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에 데이비드는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맡긴다면 결국 제때 슬퍼하며 추모하고 그리워하지 못하고 남 눈치만 보다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이 둘은 서로에게 필수적인 관계이다. 너무나도 감정적인 벤지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 감정을 강요하지만 데이비드는 주변 환경에 너무나도 순종적이다. 이러한 둘의 특징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준다. 그렇게 영화 속에서 벤지는 잊 기억을 깨닫게 해주는 사람이 되었고, 데이비드는 그 기억에 매몰되지 않게 해주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 영화로 들어가서 두 인물을 살펴보면 데이비드는 처음부터 벤지를 진심으로 걱정한다. 공항까지 가는 길에 벤지에게 무수히 많은 통화를 시도한 것과 호텔에서 돌아오지 않는 벤지를 찾아 헤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반대로 벤지는 꽉 막힌 데이비드의 삶을 걱정한다. 그러다 언젠가 폭발하거나 약에만 의존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것인데, 그러면서 둘은 투어를 통해 한 가지를 깨닫는다. 아니 체감하게 된다. 아름다운 바르샤바와 그 도시의 음악 속에 비극적인 역사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이 모든 것이 결국 조화롭게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데이비드와 벤지는 본인들만의 깨달음을 얻은 채로 다시 뉴욕에 돌아오는데 데이비드는 그 상실감을 돌에 담은 채로 들고 와 집 앞에 내려놓고 가족에게로 돌아가며 할머니를 기린다. 벤지는 공항에서 마치 할머니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또라이들을 바라보며 할머니를 추억하고 그리워한다. 이 모습을 통해 우리는 각자가 슬픔과 상실감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투어를 같이 한 동료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영화는 망각은 아픔을 대처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상실감과 아픔을 과연 어떻게 대처하고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그 말의 과정이 나에겐 사뭇 낯설어서 영화가 끝난 직후 굉장히 혼란스럽고 불안했다. 감정에 대한 인지가 부족해서 그런 상황에 처했고 생각을 거듭하고 또 물어보기도 하면서 나만의 답을 찾았다. 그렇게 영화를 통해서 한 가지 더 배울 수 있었고 내가 너무나도 공감하는 메시지였기 때문에 영화가 끝난 지금 이 순간에는 이 영화는 굉장히 좋게 다가온다.


P.S. “이런 데서 터놓고 안슬퍼하면 언제 슬퍼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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