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말하는 것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떠 이불에서 나와, 하루를 다 마치고 다시 이불로 돌아올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활발하고 활동적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비교적 조용한 사람들조차도 하루라는 시간 안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난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회사에서 등등 곳곳에 붐비는 사람들을 비집고 자신의 하루를 만들어 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흘리는 말들 가운데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어깨로 말하는 사람을 발견할 때다. 사람은 입으로만 말하지 않는다. 표정, 손짓, 발걸음, 그리고 어깨까지—몸의 모든 부분이 자신의 감정을 말한다. 그중에 어깨는 유독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듯하다.
휴가를 맞아 모처럼 해외로 여행하려고 공항에 모인 사람들의 어깨는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리듬을 탄다. 들썩이는 어깨는 감출 수 없는 기쁨과 희망을 머금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소식, 혹은 스스로가 자랑스러울 때, 어깨는 스스로 춤을 춘다.
반면, 실의에 빠진 날엔 어깨가 축 처진다. 실패, 이별, 상실, 삶의 무게에 짓눌릴 때 어깨는 스스로를 감싸 안으며 작아진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누군가의 어깨가 내려앉아 있다면, 그의 하루가 무겁다는 것을. 친구사이라면 말없이 그와 함께 술 한잔을 나누며 그의 어깨의 짐을 나눌 것이다.
어렸을 때 한없이 커 보였던 아버지의 어깨, 세월이 가며 살이 마르고 굽어가는 부모님의 어깨에는 한세월 자식들을 위해 젊음을 불태웠던 자랑스러움이 묻어있다. 마치 '나 이만하면 잘 살아왔지?'하며 말하는 듯하다.
때로는 움직이지 않는 어깨가 있다. 몇 년 전 인기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생각난다. 고집과 객기로 똘똘 뭉친 사회 부적응자, 타협하지 않는 소신,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주인공 '박새로이'. 그의 단단하게 고정된 어깨, 곧게 뻗은 등, 그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결연함. 꿈을 향한 도전, 포기할 수 없는 신념, 마지막까지 버텨야 하는 순간, 사람은 어깨로 의지를 말한다.
이렇게 어깨는 감정을 말한다. 힘든 날엔 누군가의 어깨를 빌려 기대기도 하고, 기쁜 날엔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걷는다. 우리는 어깨로 위로하고, 어깨로 희망을 나눈다.
나는 어떤 어깨를 지닌 사람인가, 당신은 어떤 어깨를 가진 사람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