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는 잿빛 여운을 남긴다
아주 이상한 꿈을 꿨어. 다니던 상담 센터가 갑자기 외지로 이사를 간다는 거였지. 생전 처음 보는 지명이었지만 지도에 검색하면 나오는 곳. 여기가 어디지, 뭘 하는 곳이지, 내가 아는 도시와는 너무도 다른데. 센터가 이사 간다는 곳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등고선이 불규칙하게 있더라. 마치 개발을 하다 만 것처럼. 그럼에도 점점이 건물이 있어 알 수 없는 위안을 주었지. 오히려 위화감이 느껴진 건... 그래. 상담 센터가 있던 건물에서였어. 프랜차이즈 카페도, 분식집도 빠져나간 공간. 입구에서는 ‘상담센터 없음’이라는 종이만이 휘날리고 있었지. 생명 없는 빌딩이 이런 거구나, 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어. 그럼 어디로 가야 하지? 걷고 또 걸었어. 나는 분명 무언가를 해야 했고, 돌아가긴 싫었거든. 오래전에 그만둔 피아노 학원에 갈까? 아니면 길가에 늘어선 푸드트럭을 찾아 들어갈까. 아, 그걸 푸드트럭이라고 해도 되려나? 신기하게도 길을 따라서 소프트아이스크림 기계가 늘어서 있더라고. 하나에 2500원, 3천 원, 그런 식으로. 슬쩍 하나 뽑아 먹어도 아무도 몰랐겠지. 그렇지만 지폐교환기와 돈통이 떡하니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상황이었어. 나는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 싶었어. 하지만 수중에는 현금이 없었지. 거기서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겠어? 그저, 빈 아이스크림콘을 뽑아들고 돌아오는 것뿐이었어. 돈은 언젠가 내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왜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았을까. 콘 과자로 만족하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직도 몰라. 돌아와서 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 잠에서 깼으니까. 아, 곧 저녁 식사 시간이라 그런가? 밥을 안 먹었지만 디저트가 당겨서 그랬을지도 모르지. 아무튼 영원한 미스터리야,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