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는 거꾸로 해도 토마토
새하얀 눈밭 위에 튀긴 새빨간 과즙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어딘가에서 토마토 빙수라는 걸 팔고 있다는데, 토마토를 되는 대로 설원에 던진 다음에 꿀과 연유를 부어 먹으면 비슷한 맛이 나지 않을까. 여기서 문제. 과연 난 토마토를 좋아할까요? 정답은 ‘아니오’. 나는 토마토가 싫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겹다. 문제는 식구-그것도 집안 어른-가 토마토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우리 집이 팔아준 토마토만 수백 팩은 될 것이다. 그걸로 토마토 축제를 해도 될 정도겠다. 아무튼 집안 어른이 토마토를 깊게 사랑하는 마당에, 할 수 있는 반항은 얼마 없다. 대추토마토 5개를 한 번에 삼키거나, 지금처럼 눈밭에 토마토를 신나게 던져대는 상상을 한다거나. 차라리 스페인 어딘가에서 열린다는 토마토 축제라도 가서 미친 듯이 토마토를 던지고 오고 싶다. 아, 먹고 싶다는 건 아니고. 단맛이 듬뿍 들어간 토마토 주스나 익힌 토마토로 만든 스파게티는 맛있는데 왜 생토마토를 목구멍으로 넘길 땐 묘한 비린내가 나는가... 영원한 미스터리다. 어쩌면 내 미각이 잘못된 걸지도. 오이도, 생선도 비려서 잘 못 먹는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