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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순간 아이에게 화내고 후회하는 나

결핍과 상처에 대하여

by 긍정양티


어느 저녁이었다.


잘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거실엔 여전히 장난감과 책들이 어지럽혀져 있었고, 아이는 소파에 앉아 TV에 푹 빠져 있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너 아빠가 아까 물건 치우라고 말했어, 안 했어? 왜 아직도 정리가 안 된 거야? 티비는 언제부터 본 거야? 이거 몇 번째야? 아빠가 쓰레기 버리러 갔다 오는 동안만 보기로 했잖아. 당장 꺼!"


내 말에 아이들은 허겁지겁 TV를 끄고, 눈치를 보며 서둘러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여전히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래라 저래라 지시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침대에 눕혔을 때,

그제야 밀려오는 미안함.


"아빠가 아까 치우라고 했는데도 안 해서 조금 화가 났어. 아빠 마음 알지?"


그러자 아이가 말했다.


"아빠 무서웠어. 나는 그냥 재미있는 영상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내서…"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정말 꼭 소리를 질러야만 했을까?'


너무 사랑스러운 내 아이가 나를 "무섭다"고 했다.

그 말이 내 마음속에 묵직하게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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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는 순간, 그 감정의 뿌리는 어디에서 올까?


우리는 누구나 분노의 방아쇠가 있다.

부부 사이에서도 서로의 화를 돋우는 특정한 주제가 있고,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반복적으로 화가 치미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지점은 종종 부모 자신의 결핍과 상처와 맞닿아 있다.


일본 아동학 연구회 회장 '히라이 노부요시'는 책 『아이를 혼내기 전 읽는 책』에서 부모 자신의 감정을 먼저 돌보라고 말한다.


"내 마음속 상처받은 어린 나"가 있지는 않은지,

"과거의 내가 받았던 상처"가 아이와의 상황에서 겹쳐지며 분노로 폭발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 역시 어릴 적, 부모님께 혼나며 속상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 어른들은 별거 아닌 것에 화를 냈다.

- 나는 이유를 듣지도 못하고 혼나야 했다.

- 부모의 눈치를 보며 행동을 조심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모습이 내 아이에게 반복되고 있다.


아이들은 부모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나는 아이를 사랑스럽고 구김살 없이 키우고 싶다.

그렇다면 내 화가 아이의 마음에 응어리를 만들게 해선 안 된다.


부모의 얼굴빛을 살피며 눈치 보며 자라는 아이보다 더 가엾은 존재는 없다.

내가 부모에게 받았던 아쉬움과 상처를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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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화내기 전, '5초 룰'을 만들었다.


1~2초간: 깊게 숨을 쉰다. (감정을 가라앉힌다.)

1초간: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생각한다. (지금 감정의 진짜 원인은 뭘까?)

1초간: 아이의 입장에서 본다. (아이는 왜 이러고 있었을까?)

1초간: 이 말을 꼭 해야 하는지 점검한다. (이게 정말 필요한 말인가?)


그리고 나서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아빠가 물건을 치워 달라고 했었지? 지금은 잘 시간이니까, 같이 정리해볼까?"


5초라는 짧은 시간에 모든 감정을 지우긴 어렵지만,

그 짧은 순간이 아이의 마음에 남을 상처와 트라우마를 막을 수 있다.








나는 여전히 완벽한 부모가 아니다.

하지만, 아이가 내 눈치를 보며 움츠러드는 대신

내가 안전한 울타리라는 것을 느끼며 자랐으면 한다.


사랑은 화보다 크고, 아이의 마음은 부모의 말보다 깊이 남는다.


오늘도 나는 5초의 여유를 갖고,

아이에게 따뜻한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덧붙임: 저의 모든 글은 저와 저희 아이의 경우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다르니 정답은 없습니다. 참고만 해주세요. 여러분의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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