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부스스한 머리로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오는 아이.
그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아침형 인간’에 대한 사회적인 존경심은 은근히 자리 잡고 있다.
유튜브 속 감동적인 사연의 주인공들은 대개 새벽을 시작점으로 삼는다. 매일 3시 50분에 일터로 향하는 버스기사 아저씨, 새벽 상하차 센터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택배 기사님들, 그리고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은 일일 청소부가 되어 새벽 거리를 청소하며 환경미화원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때 미라클 모닝 열풍이 불면서, <새벽 5시: 인생을 경영하는 마법의 시간>, <미라클 모닝: 기적의 시간>, <새벽 4시, 꿈이 현실이 되는 시간>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갓생(갓+인생)을 꿈꾸며 수면 시간을 줄이고, 아침 시간을 경영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 흐름 속에서 반대로 ‘저녁형 인간’도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내 아내는 저녁형 인간이다. 아침엔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어 하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기운이 넘친다. 조용한 밤이 되면 미뤄둔 일들을 해결하고, 창의적인 생각들을 쏟아내곤 한다.
부모 세대를 떠올려 보면 아침형 인간도, 저녁형 인간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 우리 어머니들은 새벽에 주방 불을 켜며 하루를 시작하셨다. 피곤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아침 식사를 챙기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셨다.
어린 나는 잠에서 깨어 자기 방을 나와 불 켜진 주방으로 향했다. 거기엔 따뜻한 온기와 함께 분주히 움직이는 엄마의 뒷모습이 있었다. 그 순간이 주는 안정감은 지금도 선명하다. 그게 나의 하루의 첫 순간이었다.
아이들에게 하루의 시작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밤이 깊어질수록 내일의 중요한 일들을 떠올리며 잠을 청한다. 유튜브를 보다가도 "내일은 중요한 회의가 있으니까"라는 생각에 핸드폰을 내려놓고 억지로 눈을 감는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많다. 결국 늦게 자고, 피곤하게 일어나, 짜증 섞인 얼굴로 하루를 시작하는 날도 있다.
하지만 부모의 삶에서 아이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아이가 맞이하는 하루의 첫 순간은, 어른들의 중요한 회의나 업무보다 훨씬 소중하다.
아이의 시선으로 생각해 보자.
아이가 아무도 없는 거실에 나와 차갑고 쓸쓸한 공기를 느끼며 혼자 앉아있다. 조용히 자고 있는 부모를 보며 깨워볼까 망설인다. 잠에서 깬 부모가 짜증을 낼까 봐, 다시 이불을 끌어안고 작은 몸을 웅크린다.
이 작은 아이의 마음은 어떤 색깔일까?
사회가 아침형 인간을 존경하듯, 아이들의 깊은 의식 속에서도 부모는 아침을 함께 맞이하는 존재로 자리 잡는다. 굳이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는 노력만으로도 충분하다.
부모가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 먼저 불을 켜고 있다면, 아이는 하루를 시작하며 세상이 환하다고 느낀다. 아빠, 엄마가 언제나 든든히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이 유치원에 가든, 학원에 가든, 어디에 있든 집에서 따뜻하게 기다려주는 부모가 있다는 사실이 아이를 안정감 있게 키운다.
아이의 어린 시절, 부모는 아이의 세상이다.
그러니 아침의 첫 순간, 아이보다 조금 더 먼저 깨어 보물 같은 아이의 하루를 함께 열어주자.
그 순간이 쌓여, 아이의 마음속에 가장 따뜻한 기억이 될 것이다.
덧붙임: 저의 모든 글은 저와 저희 아이의 경우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다르니 정답은 없습니다. 참고만 해주세요. 여러분의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