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에 태어난 세대는 경제교육을 잘 받지 못했다. 물론 그 전 세대는 당연히 더 받지 못했겠지. 그러다 보니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쳐가면서 돈에 대해 배웠고 지금도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드라마에 단골 소재인 재벌가 자녀들은 어릴적부터 경제교육을 받는 것으로 묘사된다. 공부도 중요하고 건강도 중요하지만 이제 다음세대 자녀들에게는 올바른 경제교육을 제때에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돈을 알아야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첫째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주변에 살던 아이들이 모이던 유치원에서 벗어나 더 넓은 범위의 아이들이 모이는 초등학생이 된 것이다. 범위가 넓어진 만큼 더 다양한 삶의 방식과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많다. 편의점이란 곳을 잘 모르던 우리 아이가 벌써 언니오빠들과 함께 학교앞의 무인상점을 드나들곤 한다.
동네 태권도 학원 앞에 있는 아파트 놀이터는 초등학생이 되고 나니 그저 놀이터가 아닌 사회의 장으로 보인다. 특정 시간(주로 하교시간이나 학원 마치는 시간)에 가보면 놀이터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누가 몇학년이고 어떤 무리가 있고 어떤게 초딩들 사이의 트렌드 인지가 놀이터에서 한눈에 보인다. 그리고 그 사회화의 장에서 딸은 아빠에게 자연스럽게 요구한다. 놀이터옆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몇 개 사오라고. 몇일 지나니 간식값도 적잖이 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조금 고학년들을 보니 부모의 지원이 아니라 자신들의 용돈으로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고학년들은 옆에 부모님도 잘 없다.) 어느정도는 우리 딸에게도 용돈체계가 필요하겠다 라는 생각이 든 시점이었다.
막상 용돈을 주려고 하니 주단위로 줘야하나, 월단위로 줘야하나, 한번에 얼마를 줘야 하나, 등등 여러 고민이 되었다. 뭐든 글로 배우는 스타일이라 책과 블로그를 찾아보았다. 초등교사 옥효진쌤의 <초등 돈공부>책에서는 다양한 방법의 경제교육법을 제시한다. 마치 학급의 경제교육을 하듯 집에서도 부모가 근로계약서를 쓰고 은행의 역할도 하고 저축을 하면서 금리를 배우고 투자와 대출에 이르기 까지 한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명절에 받는 새뱃돈에 관한 이야기였다. 평소의 용돈관리와 경제개념을 성실히 진행하다가도 명절에 큰 돈을 받으면 개념이 흐려지고 방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명절에 새뱃돈을 받으면 아직은 돈의 개념도 잘 없는 어린나이기에, 부모가 모아두어야지 하다가 자연스레 급한 일에 쓰게되곤 하는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이제 새뱃돈은 무조건 모아놓고 아이 통장으로 입금하고 있다.
다시돌아와서 경제교육을 본격적으로 다 실행하면 좋겠지만 아직도 두아이와 함께 끙끙대며 육아중인 부족한 아빠인 탓에 소득 부분만 실행해 보기로 했다. 즉 용돈을 주기 시작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직접 돈을 주기에는 아직 어린 아이들이기도 하고 점점 지폐와 동전이 카드로 대체되기도 하는 시대이기에 고민이 되었다.
고민의 결론은 쿠폰이었다. 직접 돈을 버는 행위를 하고 부모가 상점을 주듯이 돈을 쿠폰으로 제공하고 일주일을 모아 진짜 돈으로 바꾸어주는 형태로 해보기로 했다. 학생들에게 상벌점을 줄 때 사용하던 적당한 탬플릿을 찾아서 그걸 화폐단위로 바꾸었다. 컬러프린트를 해서 코팅하고 잘라내니 그럴듯한 용돈쿠폰이 완성되었다. 아이들도 새로운 물건(?)의 등장에 흥미를 보였다.
No bread eaten by man is so sweet as that earned by his own labor. 스스로 노동에 의해 얻은것보다 더 맛있는 빵은 없다.
물론 일주일이 지나도 아이들은 500원 모으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용돈이라는 체계를 배워가고 있는 과정이고, 직접 돈을 벌기위해 뭔가를 해야한다는 것을 배우는 모습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단점도 있다. 쿠폰을 안주면 움직이지를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런 모습은 시간이 지나고 차차 나아졌다. 다만, 일주일마다 돈으로 바꿔주는게 너무 번거러웠고 쿠폰 금액 단위도 좀 올려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이제 좀 돈에 관심이 생겼다. 어렵게 돈을 모으다보니 주위 어른들이 주시는 큰단위의 지폐를 받으면 좀 소중하게 생각한다. 너가 가지고 있으면 잊어버린다는 협박성 경고에도 부모에게 주지않고 자기 저금통에 넣는다. 지폐는 종이로 만드는 것이냐는 질문을 했다. 특수종이라고 알려주고, 언제 한번 화폐박물관도 가보기로 했다.
그냥 자린고비처럼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알고 제대로 사용하는 자녀들이 되면 좋겠다. 이제 시작이다.
덧붙임: 저의 모든 글은 저와 저희 아이의 경우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다르니 정답은 없습니다. 참고만 해주세요. 여러분의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것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