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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장바구니에 넣는다

by 여서

나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인간이다. 무언가 살 때 효용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사기 전에 질문이 많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답지 않은 선택으로 후회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옷이 예뻐 보인다.

그럼 일단 멈추고 질문한다.

옷을 사면, 이번 주에 당장 입을 수 있을까?

올해 몇 번이나 쓸까?

집에 있는 어떤 옷에 매치하지?


비싼 가격일수록 질문은 더 디테일해진다.


명품백이라고 불리는 가방을 산다면,

500만 원인데, 몇 번이나 들 수 있을까?

훼손될까 걱정돼서 모셔만 놓지 않을까?

이 가방은 여러 가방을 충분히 대체할 만큼 값어치를 하나?


하와이에서 3만원대에 산 에코백. 아직도 잘 들고 다닌다.

내 개인적인 성향도 생각해 본다.


나는 우선 하나를 잘 보관해 10년씩 들고 다니는 타입은 아니다. 다른 이들이 예쁘다고 해서 덩달아 예뻐 보이지도 않는 개성파에 가깝다. 오히려 너무 같은 것을 들고 다니다 만나면 민망한 편이다.


아예 명품 브랜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매일같이 활용할 수 있는 것만 산다. 실제로도 쓰고 있는 나름 명품들은 거의 전자기기처럼 자주 쓰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해결이 안 되고 고민이 될 때도 있다.


그러면 우선 장바구니에 넣는다. 생필품이 아닌 이상, 하루가 지나보고 결제하자는 게 내 철칙이다.


내일, 모레, 일주일이 돼도 생각이 나는 제품은 산다.


그건 내가 정말 마음에 들거나, 필요해서 생각나는 것일 거라고 스스로를 존중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 '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 이미지. '남들처럼 사지 않습니다'로 책을 써보고 싶다.



결국 내가 가장 중요하게 던지는 질문은


나다운 물건을 사느냐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남들이 예쁘다고 해서,

분위기에 휩쓸려,

뽐내기 위해,

충동적으로 무언가를 사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남들이 보기에 괜찮은 것'로 주변을 채우게 되면

결국 내가 아닌 다른 사람, 삶이 기 때문이다.


큰돈이건 작은 돈이건,

일상을 나다운 물건으로 채워갈 때

진짜 내 삶을 사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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