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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은 내 편 들어주기

feat.나의 사춘기에게

by 여서
저녁 산책길에 찍은 풀. 딱딱한 아스팔트를 뚫고 나오는 풀잎을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그때가 제일 좋은 거야. 어른 돼 봐. 얼마나 힘든가.”

어른들은 늘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이미 충분히 힘들었으니까.

여기서 더 나빠진다고?

그게 가능한가?

절망스러웠다.


젊은 날의 어려웠던 마음을 가장 잘 들려준 노래가

볼빨간사춘기의 〈나의 사춘기에게〉가 아닌가 싶다.


나의 최애곡. 출처: https://blog.naver.com/choogie94/223327215119


가사처럼 그 시절의 나도, 참 많이 외롭고 아팠다.

수능이 끝난밤에는 한강 물을 한참 바라기도 했다.

검게 물드는 물결이 무섭긴 했지만

지금 이곳보다는 편할 것 같았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는 20대 초반에도 비슷했다. 나름 좋은 학교에 다니고, 친구도 많고, 연애도 끊이지 않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늘 공허했다. 다른 사람들은 가끔 내가 부럽다고 말했지만 와닿지 않았다. 나조차도 이해가 안 갔다.

다 가진 것 같은데, 정말 왜 행복하지 않지?


이런 게 20대라면, 그렇게 바라지 않았을 텐데.

가끔 유명인들이 왜 서른 직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 암울했으니까.


출처:https://blog.naver.com/choogie94/223327215119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 시절을 살아남았다.

노래 가사처럼,


그래도 내가 이 세상에 밝은 빛이라도 될까봐.

어쩌면 그 모든 아픔을 내딛고서라도

짧은 빛을 내볼까봐, 말이다.


나에게 그 빛은

나같이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런 힘든 시절을 살고 있는 젊은 이들에게

살다 보면 정말 좋은 날이 온다고,

포기하지 말라고. 살아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여전히 삶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매일 생겨나지만,

나는 예전보다 훨씬 더 균형을 잡게 되었고

이제 조금 덜 흔들린다.

이제는 지구에 제대로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느낌이다.


내가 이렇게 될 수 있게 된 가장 큰 루틴은 자기긍정이다.


한 문장으로 나를 긍정하는 메시지를 매일 쓴다.


“나는 어릴 적 ○○했지만, △△을 거쳐 지금은 ○○하게 되었다.”


이 문장들이 쌓이자,

내 안의 자존감이 조금씩 자라났다.


그러자 조금씩 자기 의심이 줄고,

내 선택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


한 줄 한 줄이 흙 한 줌이 되어

결국 큰 산이 되었다.

그 산 위에 선 나는,

이제야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나는 어릴 적 나보다 훨씬 괜찮아진 내가 되었다.

그리고 세상이 좋아졌다.

지지부진하고 공사다망했던, 미운 내 삶도.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힘들다면,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다.

이 시간들은 지나가 어떻게든 당신에게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다.

좋은 시절은 반드시 온다.

느리지만 틀림없이 찾아올 것이다ㅡ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열심히 하루하루 채워 온 당신에게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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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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