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나의 사춘기에게
“그때가 제일 좋은 거야. 어른 돼 봐. 얼마나 힘든가.”
어른들은 늘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이미 충분히 힘들었으니까.
여기서 더 나빠진다고?
그게 가능한가?
절망스러웠다.
젊은 날의 어려웠던 마음을 가장 잘 들려준 노래가
볼빨간사춘기의 〈나의 사춘기에게〉가 아닌가 싶다.
가사처럼 그 시절의 나도, 참 많이 외롭고 아팠다.
수능이 끝난 날 밤에는 한강 물을 한참 바라보기도 했다.
검게 물드는 물결이 무섭긴 했지만
지금 이곳보다는 편할 것 같았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는 20대 초반에도 비슷했다. 나름 좋은 학교에 다니고, 친구도 많고, 연애도 끊이지 않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늘 공허했다. 다른 사람들은 가끔 내가 부럽다고 말했지만 와닿지 않았다. 나조차도 이해가 안 갔다.
다 가진 것 같은데, 정말 왜 행복하지 않지?
이런 게 20대라면, 그렇게 바라지 않았을 텐데.
가끔 유명인들이 왜 서른 직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 암울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 시절을 살아남았다.
노래 가사처럼,
그래도 내가 이 세상에 밝은 빛이라도 될까봐.
어쩌면 그 모든 아픔을 내딛고서라도
짧은 빛을 내볼까봐, 말이다.
나에게 그 빛은
나같이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 힘든 시절을 살고 있는 젊은 이들에게
살다 보면 정말 좋은 날이 온다고,
포기하지 말라고. 살아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여전히 삶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매일 생겨나지만,
나는 예전보다 훨씬 더 균형을 잡게 되었고
이제 조금 덜 흔들린다.
이제는 지구에 제대로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느낌이다.
내가 이렇게 될 수 있게 된 가장 큰 루틴은 자기긍정이다.
한 문장으로 나를 긍정하는 메시지를 매일 쓴다.
“나는 어릴 적 ○○했지만, △△을 거쳐 지금은 ○○하게 되었다.”
이 문장들이 쌓이자,
내 안의 자존감이 조금씩 자라났다.
그러자 조금씩 자기 의심이 줄고,
내 선택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
한 줄 한 줄이 흙 한 줌이 되어
결국 큰 산이 되었다.
그 산 위에 선 나는,
이제야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나는 어릴 적 나보다 훨씬 괜찮아진 내가 되었다.
그리고 세상이 좋아졌다.
지지부진하고 공사다망했던, 미운 내 삶도.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힘들다면,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다.
이 시간들은 지나가 어떻게든 당신에게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다.
좋은 시절은 반드시 온다.
느리지만 틀림없이 찾아올 것이다ㅡ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열심히 하루하루 채워 온 당신에게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