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독서

by 여서

어릴 때, '귀감이 될 만한 어른'은 많이 보지 못했다.


먼저 부모님. 1980년대에 강남권에 아파트 2채를 갖고 시작한 젊은 부부. 손꼽히던 호텔에서 약혼식을 했던. 좋은 학벌은 물론 억대로 돈을 버는 사업가. 골프와 스키 회원권이 있어 방학이면 한달씩 키즈 캠프를 보내던. 비행기로 국내를 이동했던 가족. 하지만 저녁마다 세상 무거운 짐을 다 짊어지고 집에 들어온 듯한 부모님은, 이것들이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 주셨다. 고급 외식을 하더라도 웃음보다는 다툼이 많았던 부모님을 보면서, 얼른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엄마는 어릴 때가 가장 행복할 때라고 밥먹듯 말했다. 아빠는 부정적인 부분에 갇혀 밝음을 보지 못하셨다.


그리고 양가 친척. 각기 사는 방식은 달랐지만 존경스러운 분은 거의 없었다. 공부를 잘 하거나 좋은 직장을 잡으면 비교와 시기가 따라왔다. 열심히 살아 온 조카의 인생을 '유난떤다'며 내리깔기도, 조언이라는 미명 아래 본인 자랑을 하기도 했다. 어른들의 관계를 아이들까지 투사해 상처주는 경우도 있었다. 때린 사람은 기억을 못 하고 꼭 맞은 이만 기억을 하는 것처럼, '친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무심코 말들을 던지고 잊어버렸다. 바깥이었다면 따졌을 말이어도 가족이니까, 넘어간 적도 많았다. 대가족 사진 속 화목해보이는 모습들을 유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지금도 자식 누가 뭘 사줬네, 비교는 친척 간 대화 단골 주제다.


선생님. 초중고 다합쳐 12년, 진정성 있는 좋은 분을 다섯 손가락 안에 들게 만났다. 교과서처럼 훌륭하신 분들을 상상했지만 정말 따뜻하고 공정한 분들은 매우 소수였다. 왕따를 방치하고, 촌지로 차별하고. 교사는 단지 하나의 돈을 버는 수단으로 대하는 분이 많다는 것. 절망을 느꼈다. 하늘 같이 대했던 선생님이 그냥 직장인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치사한 일상이 가장 많은 곳이라는 사실이.





반면 나를 구원한 어른들도 있었다.


그런데 현실보다는, 주로 속에 있었다.

내가 어릴 적 그나마 잘했다고 여기는 건,

주변 어른들보다 카네기, 장자와 같은 위인의 말을 더 믿었다는 거다.


학교 생활에서 혼란과 실망을 느낄 때마다,

책 속의 진짜 어른들은 항상 바람직한 방향을 알려줬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몇 백, 몇 천 년 전 위인부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좋은 어른'들은 비슷한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도서관은 나의 도피처이자 가장 큰 힐링 장소가 되었고, 아직도 책은 가장 좋은 나의 친구다.


일어나자마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이른 오전, 반신욕을 하며 책을 읽는 사치를 누린다. 나를 위한 선물이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내 책 소쿠리에는 경제, 자기계발, 고전, 문학, 육아, 에세이 분야의 책이 1권씩 있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이들을 만난다. 읽다보면 책들 속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 꼭 생긴다. 그 부분은 사진을 찍어두거나, 즉석에서 휴대폰으로 필사를 한다. 내 생각을 그 밑에 재빨리 써두기도 한다. 이 기록들은 나중에 나만의 글감이 된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들여다보며 되새기는 힐링 기록집도 된다. 그래서 나의 휴대폰 메모장 앱에는 항상 '독서 메모'들이 가득 차 있다.


좋은 인풋이 많아야 좋은 아웃풋이 나오는 게 아닐까. 어른이 되어 가장 좋은 점은, 나를 위해 좋은 책들을 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직접 고르고 판단해 지금의 나를 성장시킨다.



목적은 하나다. 좋은 어른이 되는 것.

부족하기에 더 나은 이에게 배우는 마음으로 책 한 장을 넘긴다.

누군가를 덜 상처주고, 좋은 영향력을 주는 어른이 되도록.

어린 날의 나처럼 혼란스러운 이들에게

그래도 세상이 살 만하다는 것을 알려줄 만한 어른이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


이와 어울리는,

오늘의 필사 내용을 하나 적고 싶다.


당신은 두개의 손이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한손은 당신을 돕기 위한 것이고,
다른 손은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다.

-샘 레벤슨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1화정신승리? 아니 진짜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