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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별로 안 좋아해요.

4. 여자의 내숭이란

by 미름달


사실 나는 주량이 엄청나다.(ㅋㅋㅋㅋㅋㅋ)


주종목이 맥주이기 때문에 맥주라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먹는 편이고

소주는 그 쓴 맛을 싫어해서 즐기지는 않지만 단체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마시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여러 사람이 모여서 내가 대체 몇 잔을 마시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할 때 꽤 많이 마신다.


그런 것에 비해서 한 잔만 마셔도 온몸이 아주아주 쌔빨개지는 편

원래 이런 체질은 술이 안 맞는 거라고 한다

술 먹으면 빨개지는 분들, 술 드시지 마세요. (풉)


온몸이 빨개지는 탓에 나는 아직 취하려면 한참 멀었는데 주위사람들은 나를 만취한 사람 취급하곤 했다.


"나 진짜 안 취했어."

라는 말은 술 취한 사람들의 단골 멘트쯤이라고 여겨져서 나는 졸지에 소주 한 잔에도 취하는 연약하고 여린 여자가 되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 밖에서는 술을 적게 마시다가 점점 안마시게 됐고, 사회생활을 하고 나서도 <술을 원래 잘 안 먹는 사람>의 가면이 씌워졌다.

MZ(간당간당하게 걸친)인 나는 재미없는 회식보다는 넷플릭스 보며 먹는 혼술이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오히려 좋았다.


하지만 내숭도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단체회식도 잘 참여하지 않는 자유영혼인 내가 아주 늦은 밤중에 직장동료의 문상을 가게 되었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이동했기에 날 집에 데려다줄 사람이 있었고, 어차피 집에 가면 맥주를 마실텐데 그냥 여기서 먹자!라는 생각에

캔맥주 3개를 순삭 했고 나의 가면은 그렇게 벗겨졌다.


하지만 너네들은 모를 거야.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를 또 먹은 사실을......


그날 나와 집 방향이 같은 직장후배의 차를 얻어 타고 가는 길이었는데 가던 중에 이렇게 꼬셨다.


"장례식장에 들른 날은 바로 집에 가면 안 되고 어딜 들러야 한대요. 그래서 말인데 저기 씨유편의점에 잠깐 들렀다 갈까요?"


무사히 편의점에 입성한 나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장바구니에 수입맥주를 담았다.

아마도 그 모습은 미친 사람 같았을 거다.


저 여자.. 보통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날 지켜보던 그 후배는 지금 나의 신랑❤️이 되었다. 하하하!


함께 근무하는 3~4년 동안 회식도 안 오고 와봤자 깨작깨작 먹다가 1차 끝나고 가버리는 베일에 싸인 아가씨였는데

알고 보니 어마어마한 술고래였다고 사기결혼을 당했다고 말한다.


"응 맞아. 당신 속은 거야^^"




"어제도 집 가는 길에 신랑 꼬셔서 맥주 한 잔 했어요!

플래티넘 IPA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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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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