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100일이 되었다.
배현주,
잘 지냈니? 그동안 잘 먹고 잘 자고 살만 했지?
이제는 많이 괴로워질 거야. 상간녀 소장이 증거들과 함께 곧 너희 집에 도착할 거고,
나는 피고 배현주의 상간자 판결문을 받아낼 거거든.
이를 갈며 치를 떨며 지금까지 참은 이유는 뱃속에 품고 있는 아기에게 내 고통을 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제 아이가 태어났으니 시작하려고 한다.
이 일로 네 쪽에서 한 번 더 나에게 연락한다면 내가 곧 갖게 될 상간자 판결문을 가지고 네 교회, 친정, 시댁, 지인들, 직장에 차례차례 방문해서, 유부녀인 네가 유부남인 내 남편과 성관계를 한 사실을 낱낱이 알리는 것에 동의하는 걸로 알겠다.
빈 말로 듣지 않으면 좋겠다. 나는 그간 너무나 끔찍하고 억울한 고통 속에 지냈기 때문에 그 이상 겁나는 것도, 무서울 것도 없다. 죄지은 사람에게 내 고통을 돌려주고, 나와 내 아이를 지켜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다. 나는 이 싸움을 긴 시간 준비했고 손꼽아 기다렸다.
이 일을 통해 비겁하고 더러운 네 습관을 고치길 간절히 바란다. 네가 우리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을 단 한순간도 잊지 마라. 네 인생에 있을 모든 이벤트마다 나타나서 엉망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고 있다. 기를 쓰고 도망 다녀라. 죽을 때까지 공포에 떨어라. 나를 마주칠까, 내가 찾아올까 두려워해라.
명심해라, 소송은 시작일 뿐이다.
2021.5.26.
아이가 100일이 되었다.
나는 서른 살이 되었다.
나와 아이를 잇는 탯줄이 끊어져 감정을 공유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자유를 느끼며 마음껏 분노했다.
상간자 소송의 소장을 접수했다. 그리고, 그 여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 다음날, 남편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왔다. 조용히 방으로 들어간다.
“누구 전화야?”
“배현주 남편이야. 네가 상간자 소송을 걸었다고.. 취하해 달라네.”
나는 상간녀 남편의 번호를 외워두었다.
다음 날 상간녀 남편에게 전화했다.
그 여자는 내가 둘의 관계를 알게 된 20년 8월부터 매일 ‘대법원 나의 사건 검색’을 하며 불안에 떨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남자는 말했다.
아내는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라 이 소송을 견딜 힘이 없다고 했다.
자신은 이 사건에 분노하기보다 아내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니 소송을 취하해달라고 했다.
나는 간곡히 부탁했다.
그 사건을 알게 된 날부터 나는 단 하루도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나는 이 가정을 어떤 모양으로라도 지켜야 한다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지 않겠냐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한 방법을 통해 각자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하니, 그리고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 제발 우리 남편에게 상간자 소송을 걸어달라고 했다.
그렇게 한 달 뒤 상간자 소송 소장이 우리 집으로 도착했다.
내 우울과 분노를 아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낮에는 울지 않는다. 수많은 생각들을 삼켰다가 아이가 잠들면 그제야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아이는 나와는 반대로 아주 많이 운다. 한 번 시작하면 두 시간도 내리 운다. 운다기보다, 악을 지른다.
“엄마, 나 뱃속에서 못 울었던 거 이제 좀 울게” 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릴 때도 있다.
아이가 강성 울음을 폭발해 내는 것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제 글에 등장하는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