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200일이 되었다.
아이가200일이되었다.
피고 배현주와 원고인 나의 답변서가 두세차례 오갔다.
그러던중, 법원으로부터 "부정행위는 명백하니 둘이서 위자료만 합의해봐라"는 의미의 조정회부결정이나왔다. 위자료를 많이 받기 위한 소송이 아니었다. 조정 할 수 없었다.
나는 변호사의 제안으로 탄원서를 쓰기 위해 펜을 들었다. 그날의 기억을 꺼내고 정리하는 과정은 상처를 다시 긁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 글이 '분노'로만 읽히지 않기를, '억울함'만을 호소하는 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문장 하나 하나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내 글을 내 아이가 읽는다는 마음으로 썼다. 부정한일이 벌어졌을 때 엄마가 어떤 태도로 그 일을 헤쳐나갔는지, 어떤 목소리로,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지켰는지를 궁금해할 그 날을 위해서.
<탄원서> *일부입니다.
제 인생이 통째로 무너져 버린 것 같았지만 엄마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저는 뱃속의 아기를 건강하게 출산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2020년 8월 15일, 사건을 알게 된 당일 바로 심리상담을 시작하였고 이혼이나 소송과정을 임신 중에 견뎌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사건을 잊는데에 집중하며 임신기간을 보냈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이 끔찍한 분노와 배신감, 외로움과 억울함을 아기와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 참담했지만 매일매일 일기를 쓰면서 마음의 중심을 잡았습니다.
다음은 제 일기의 일부분입니다.
“이 사건의 모든 과정과 감정을 아기와 공유해야 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멋지게 해내자. 내가 이 일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아기가 보고 배운다. 제정신으로 버티자. 모든 순간을 가장 바른 방법으로, 가장 깔끔한 방법으로 해결하자. 아기가 억울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떤 태도와 가치관으로 해결해 나가야하는지 내 인생을 통해 배우고 있다.”
출산 후 저는 심리상태가 더 심각해졌습니다. 아기를 품고 있어서 버티고 있었던 마음의 끈이 놓쳐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대로라면 더이상은 가정을 지킬 수 없겠다고 판단하여, 아이가 생후10개월이 되던 때에 양가 부모님께 사건의 전말과 저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그 이후로 친정 부모님은 믿을만한 사위를 잃었고 시부모님은 살가웠던 며느리를 잃었습니다. 양가 부모님끼리도 안부전화조차 어렵고 불편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피고 배현주는 아직까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무게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정파탄의 원인이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제가 이혼은 하지 않으면서 피고 자신에게만 책임을 묻는다고 억울해하고 있습니다. 남의 남편과 성관계한 것으로도 모자라 남의 가정의 이혼을 함부로 운운하는 이러한 피고의 태도가 저의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그 사건 후로, 저와 남편의 관계가 얼마나 엉망이 되었는지, 제가 이 가정을 깨지 않기 위해 얼마나 끔찍한 배신감을 참으며 안간힘을 써서 버티고 있는지 피고가 단 하루라도 우리집에 와서 저와 남편이 사는 것을 직접 봤으면 하는 마음까지 듭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저와 제 어린 아이, 양가 부모님까지 지옥과도 같은 고통에 빠트리고도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하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하는데에 급급한 태도로 일관하는 피고 배현주에게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엄중함을 적용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바쁘신 중 귀중한 시간 내어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