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피트니스, 첫 출근의 떨림

첫 상담은 실패였지만, 그 떨림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by 제드 Jed

군대 제대 후

나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압구정 피트니스 클럽에 면접을 보고

정식 카운슬러로 입사했다.


부모님은 “유학까지 하고 돌아왔는데,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게 어떠니?”라며

끝까지 걱정하셨지만, 이미 내 마음은 굳어 있었다.

운동을 좋아했고, 화려한 공간에 서 있었던

그날의 전율을 나는 잊을 수 없었다.


첫 출근 날 아침,

낯선 유니폼을 입고 로비에 들어섰을 때

긴장감은 온몸을 휘감았다.

군복을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사회인의 옷차림에 여전히 어색했고,

명찰에 새겨진 ‘카운슬러 민우’라는 글자가

오히려 나를 더 떨리게 했다.


선배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자리를 배정받았고,

나는 폴(Paul) 선배의 후임이 되었다.

그는 나보다 1년 먼저 입사했지만 성격이 좋아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인기인이었다.


첫날 나는 폴 선배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고객 상담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는 자연스럽게 농담을 건네고,

고객을 편안하게 이끌었다.


그 여유 있는 태도는

신입인 내가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선배가 상담을 이어가는 동안

나는 작은 메모지에 끊임없이 적어 내려갔다.

언젠가는 나도 저 자리에 서야 한다는

긴장감이 나를 압박했지만,

동시에 ‘언젠가 저렇게 할 수 있겠지’라는

희망도 피어올랐다.


클럽 내부는 호화로움 그 자체였다.

5층에는 건식·습식 사우나, 자쿠지,

VIP 라운지가 있었고,

주차장에는 수입차가 가득했다.

연예인과 모델, 연예인 지망생들이 오가며

압구정의 화려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그 공간에서조차 카운슬러들은 럭셔리했다.

최신 유행 명품으로 몸을 치장하고,

값비싼 외제차로 출퇴근하는 모습에

나의 입은 절로 벌어졌다.


하지만 부러움보다는 자부심이 더 컸다.

이제 나 역시 이곳의 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3주간의 수습 기간은 금세 지나갔다.

어느 날 폴 선배가 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민우, 이번 상담은 네가 한번 해보는 게 어때?”

그렇게 내 이름으로 첫 상담 예약이 잡혔다.

전날 나는 고객과 통화를 하며 시간을 재확인했고, 수십 번이나 멘트를 연습했다.


마침내 상담 당일,

프런트에서 내 이름이 불렸을 때,

심장이 뚝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첫 고객은 30대 직장인이었고,

나처럼 1일 무료 이용권을 들고 왔다.

시설이 좋으면 가입을 고려하겠다는 말에

나는 온 힘을 다했다.


사우나, 요가 스튜디오, 트레이닝 존을 안내하며,

이곳이 왜 특별한지 진심을 담아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는 내 예상과 달랐다.

고객은 미소를 지으며

“잘 들었습니다. 다음에 가입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잠시 멍해졌다. 첫 상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신감은 오히려 생겼다.

혼자서 상담을 끝까지 해냈다는 사실,

그리고 고객이 내 설명에 귀 기울여 주었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자리로 돌아와 다시 전화기를 들었을 때,

내 목소리는 전보다 차분했고,

손끝의 떨림은 한결 줄어 있었다.


그날의 떨림은 실패가 아니라,

내 사회생활의 첫 단추였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그만큼 배움도 크다는 것을 느꼈다.


압구정 피트니스에서의 첫 출근은

내 인생에서 두 번째 ‘입대’와도 같았다.

두렵고 낯설었지만,

결국 내가 선택한 길이었으니까.


다음 회 예고

첫 상담은 실패로 끝났지만,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고객을 맞이하는 매 순간,

새로운 도전과 배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객이 내민 신용카드

‘현대카드 블랙(Black)'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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