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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변하고 있다

눈물

by 등대지기

얼마를 잤을까! 알람의 요란함도 없이 습관처럼 금방 눈이 뜨였다. 창밖 어둠을 비추는 보름달이 텅 빈 외로움을 달래 주 듯 유난히도 더 밝아 보이는 게 어제 잠시 꾸었던 꿈이 아직도 잊히지 않고 영상의 필름처럼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젠장 꿈이 아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혹시나 오늘도 순간 일찍 잠이 들면 남자친구에게 차여 몹시나 힘들고 외로운 그분이 다시 찾아올까라는 헛된 생각을 하면서 만약 다시 찾아온다면 반듯이 너와 나의 외로움을 달래 줄 것이다. 벽에 걸어 놓은 옷을 주섬주섬 입고 새벽을 나서는데 모두 잠든 이 시간에 눈을 비비고 나가는 일은 여간 힘들게 아니다. 괜히 시작을 했을까 약간의 미련한 생각도 들지만 차츰차츰 적응하면 되지 않을까 선생님과 다른 두 분의 아저씨들은 벌써 나오셔서 자판기 모닝커피에 마음을 나누고 피곤이 많이 쌓여 있는지 나만큼은 아니지만 새벽이 힘들어 보였다.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저씨 안녕하세요 오늘도 빠릿빠릿하게 즐거움을 선물하기로 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실 내성적인 성격과 거부를 잘 못하는 성격이 내면에 많지만 그 성격을 잠시 접어놓고 즐거운 마음으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사회생활에서 훨씬 좋다고 어느 신문 잡지에서 본 거 같다. 선생님이 뽑아주시는 자판기 커피는 따스함을 더해 왠지 다정한 맛을 추가한 듯 한 모금 한 모금이 기분이 참 좋아졌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는 힘겨움을 깨끗이 잊게 하는 거 같았다.

"커피 한 잔으로 인사 나눴으니 이제 일합시다" 베테랑 아저씨의 한 마디에 역시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쁘게 움직였고 나 또한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바쁘게 움직였지만 아직 손과 몸이 많이 둔했다. 온몸이 벌써 땀으로 얼룩지기 시작했고 숨소리도 거칠어졌지만 욕심과 의지로 끝까지 버텼다. 큰 쓰레기봉투를 집는데 고양이 몇 마리가 큰 소리를 내며 순간 도망가는데 얼마나 놀랬는지 "아이 깜짝이야" 뒤로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심하게 찍음과 동시에 식은땀이 이마에서 비 오듯이 주르륵 내리면서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괜찮냐? 자주 있는 일이니, 놀랄 건 없다 처음에 우리도 얼마나 놀랬는지 그때 생각하면 애 떨어지는 줄 알았다니까" 하며 아저씨가 웃으며 지난 과거의 이야기를 해 주셨고 나도 한참이나 웃었다. 아저씨는 오래전에 사모님과 사별로 인해 어린 두 자매를 정말 최선을 다해서 힘들게 키웠다고 하셨다. 아이들에게 다정한 1등 엄마로 친구 같은 아내로 행복하게 생활을 해 왔는데 갑작스러운 심한 복통에

병원에 갔더니 위암이라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다가와 예상치 못한 이별을 해야 만 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삶이란 아무리 건강을 유지하고 노력한다고 하지만 눈으로 체감으로 알 수 없는 우리 몸속 신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사랑하는 두 자매를 결혼을 시키고 사위를 맞이했다고 했지만 새벽부터 움직이면 마음속 외로움과 괴로움을 잊을 수 있다고 그렇게 힘겨운 세월을 보내고 계셨다. 사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가슴속에 남겨두고 두 자녀와 사위 그리고 이쁜 토끼 같은 손자 손녀를 덕분에 정신 차리고 다시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를 찾으셨다고 했다. 힘든 새벽일이지만 아저씨의 삶에 있어 다시 살아가야 하는 최고의 의지가 되는 시간이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이런 가슴 아픈 아저씨의 인생 일기를 다 알고 계셨지만 힘들게 살아가는 삶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 또한 아버지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경험해 봤기에 가슴이 미어지게 아팠다. 구정 설날 연휴 마지막 날 아버지는 그냥 집에서 쉬셨으면 좋았을걸 제법 무서운 겨울 날씨였는데 무슨 생각으로 경운기를 끌고 논으로 가셨는지 모르겠다. 경운기의 오작동으로 사고가 났는데 논 주위를 아무도 지나는 사람이 없었고 늦은 목격자로 인해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지만, 의사 선생님들이 심폐소생술로 아버지의 목숨을 지키려 애를 썼지만 결국 아버지의 생명은 과감히 하늘에서 선물로 그냥 가지고 가셨다. 안타까운 생이별에 상을 치르고 나서 몇 달간의 매일 눈물로 견뎌왔던 거 같다. 눈물이 마를 법도 한데 어디서 그렇게 눈물이 나왔는지 지금 아버지 생각에 밝지 않는 하늘을 쳐다보며 평일 새벽이라 주말을 보낸 새벽보다 쓰레기 더미가 적어 평상시보다 30분이나 일찍 일이 끝났다. 아저씨와 선생님은 젊은 내가 왜 시간에 이런 일을 자발적으로 하려고 하는지 궁금해했다. 처음에는 부끄럽게 가까이에 다가설 수 없었는데 이제는 아버지 마냥 동네 형님 마냥 많이 가까워졌다.

"어느 날 술에 취해 정신이 없었는데 눈을 뜨 보니 낯선 집에 속옷만 입고 있는 거예요. 그냥 정신 차리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아직 누군지 모를 상대방 여성분께서 "고맙다고" 지금이라도 저를 만나게 되어 고맙다고 해서 떠나고 싶은 마음보다 이 분을 더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못 떠나고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답니다" 부끄럽게 머리를 긁적이며 처음에는 누구인가 하고 궁금함과 설렘으로 찾고 싶었는데 지금은 기다림에 행복함을 느끼고 있답니다. 해가 뜨면 편의점에서 컵라면 혹은 도시락을 먹고 다시 주유소 알바를 간다며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께서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이 기특하다며 오늘은 시간이 조금 남으니 등을 밀어주고 싶다며 같이 사우나를 가자고 했다. 어릴 적 외삼촌 따라 몇 번 가 본 적이 있는 사우나를 서서히 몸의 변화가 시작되는 사춘기가 시작되면서부터 부끄러워 못 갔던 사우나를 "괜찮아" 하며 나를 다독여 주었다. 늘 선생님도 혼자서 외롭게 사우나를 가며 초록색 등밀이 기계에 몸을 맡겨야 했다며 오늘은 저를 믿고 시원하게 등을 밀어 기분 좋게 출근하신다며 좋아하셨다. 겉으로는 그냥 평범한 사내 아저씨로 생각했는데 알몸으로 보인 선생님은 매일 새벽을 기분 좋게 열어주시고 출근 후 학생들과 그리고 퇴근 후에는 또다시 집으로의 출근으로 하루 24시간이 정말 부족할 만큼 시간에 쫓기며 바쁘게 살아가시는데 살이 어찌 찔 수 있겠는지 갑자기 가여워 보였다. 가족들을 위해서 강인한 마음을 가지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등을 밀어 드리는데 금방이라도 부서질듯한 연약하게 뼈마디가 손끝에 다이 듯했다. 내일 새벽에는 선생님 몫까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부지런히 살아야겠구나 존경하는 마음이 더 가며 괜스레 눈물이 폭포수처럼 터져 버리면서 선생님은 "이 녀석아 왜 우냐 우리 나이에 근육이 붙어 있는 사람이 어디 있냐" 모두 그렇게 살아가는 거라며 오히려 나를 토닥토닥해 주시는데 나도 모르게 사우나에서 알몸으로 안기며 바보처럼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어버리면서 마음이 홀가분 해졌다.

가장의 무거운 어깨를 한 번 더 실감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깔끔하게 정장을 입고

긍정적인 마음과 힘으로 제자들에게 다정한 선생님으로 학교로 출근을 했고 나는 천천히 주유소로 향했다. 교대 근무를 하기 위해 나를 기다리는 동생들은 밤새도록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몸에 쌓인 피곤들이 한눈에 보였고 머릿결에도 기름기가 좌르르 금방이라도 쓰러져 자고 싶은 동생들을 위해 인수인계를 받고 교대를 해 주었다. 생각이 깊어서일까 아무개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어제 그 향수가 아직 코 끝에서 맴돌고 있는데 오늘 다시 올는지 기대를 했다. 그리고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에게도 0000 차량이 들어오면 무조건 말을 해 달라고 부탁을 했고 분명 이 분의 정체와 나의 육체를 원했던 꿈속의 그녀를 찾고 싶었다. 주유소 일도 사람들과 말을 하고 간혹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트집을 잡으려는 JS (진상) 손님이 계셨지만 그래도 직원들이 서로 이해를 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이 크다 보니 참고 견딜만했다. 날이 밝아지면서 직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종종걸음 발걸음이 바빠지고 중풍으로 고생하시는 할아버지의 요양과 재활을 도와주시는 할머니의 모습들 그리고 초등학생 언니 오빠들이 이쁜 동생 손을 잡고 학교 가는 모습까지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는 이 공간이 참 좋게 느껴졌다. 빠르게 들어오는 차량들과 사투를 하다 보면 정신이 없지만 그래도 잠시 잠시 휴식을 취하다 보면 이 거리가 사람들의 인생길 같았다.

급하게 차량을 주유구 쪽으로 인도하는 동생이 크게 부른다."형 그 차야 그 차 향수 차" 세차 후 세차 차량을 양손 수건으로 팔을 크게 벌려 눈사람 그리듯이 물방울 하나 없게 닦고 있는데 동생이 향수 차라며 크게 불러 달려갔으나, 차량의 진한 선탠으로 차 안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동생 한데 카드를 내밀면서 결재 영수증과 카드는 이미 받았고 주유구를 닫는 순간 가 버릴 것이기에 그 향수 그리고 그녀의 정체를 알고 싶어 일 불러 워셔액을 뿌리면서 창문을 닦는 시늉을 했다. 꼭 얼굴을 보리라 마음먹었는데 선글라스에 가려진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그 진한 향수만이 풍겨져 나왔으며 제 옷에 향수 향기가 스며들기 바랐다.

나는 창문을 똑똑하며 뭐가 필요한 거 없을까 물어보려고 했는데 느낌으로 겹 눈치를 하고는 태연한 척 못 들은 척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대로 끝나버리는 게 아닐까, 또 내일도 오겠지 하는 의문의 숙제를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다. 오늘도 아무런 이득을 남기지 못하고 그녀의 차는 내 옷에 진한 향수와 여운과 기다림을 안겨놓고 떠나가 버렸다. 저만치 차가 떠나갈 때 한쪽 팔을 창밖으로 내밀면서 손을 흔들었다 정말 누구일까~진정 내가 아는 분인지. 풀리지 않는 어려운 수수께끼를 바라보듯이 머릿속이 바늘에 찔린 듯 실에 베인 듯 상처가 커지기 시작했다. 설마 내가 머물고 있는 그 집의 그 사람은 아니겠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열심히 바쁘게 뛰어다니는 동생들은 "형 봤어요? 누군지 봤어요? 또다시 그 향수 던가요" 하며 많이 궁금해했지만 나의 대답은 "못 봤어. 일이나 해" 하며 분명 걱정해 주는 마음을 오늘도 놓쳤구나 하는 생각들로 괜한 트집을 잡아 화를 내고 말았다. "얘들아 미안해 꼭 보고 싶었는데 내가 잘 못했는데 괜히 화를 내서 미안하다" 나는 그렇게 주유소에서의 하루를 끝내고 선생님이 생각났다.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더니 아직 학교에서 정리할 게 있다며 조금 있다 퇴근하니 기다려 달라며 저녁 겸 소주 한잔 하게 "용 음식점" 안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하늘을 쳐다보며 전봇대에 나란히 앉아 있는 참새들에게 혼잣말로 "너네 둘이 사귀지, 너네 둘이 싸웠지" 하며 얼마나 기다렸을까 선생님은 허겁지겁 오래도록 뛰었는지 이마에 흐르는 땀 방울이 소나기라도 맞은 듯 줄줄 흐르고 있었다. 나는 얼른 음식점 휴지를 꺼내 선생님께 드렸고 그래도 아직은 여름이 다 떠나지 않은 초가을이라 이 더운 날 마라톤 선수도 아니고 선생님은

잠시 차분한 마음을 찾으며 "미안한데 저녁 먹고 들어갈게. 미안해 ㅇㅇ 연락 없었지 걱정하지 말고 잘 있다고 연락 올 거야 빨리 들어갈게" 사모님께 전화를 하는 거 같았고 ㅇㅇ 연락 없었지 뭔가 마음속에 말을 하지 못할 큰 걱정거리가 있는 거 같았다. 30초가량의 정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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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