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주말 창밖을 보다 문득 저 비를 맞으며 걷고 싶었다. 같이 옆에서 밖을 보며 멍을 때리는 사춘기 둘째는 "아빠 갑자기 해산물 넣은 부추전이 먹고 싶어, 아빠는 부추전에 막걸리 한 잔, 나는 부추전에 탄산 어때 좋지"라고 얼마나 생각났으면 마침 텔레비전 화면에 오래전에 방송을 했던 지글지글 전 굽는 장면이 나와 그런지 참지 못하고 말을 했던 거 같다. 나는 그래 잘 됐다 싶은 마음으로 주섬주섬 가벼운 옷차림으로 둘째의 손을 잡고 근처 시장으로 내려갔다. 아내랑 연애시절 달콤하게 느꼈던 기분으로 우산 하나로 둘째의 팔짱을 끼고
룰루랄라 이야기를 하며 걷는 게 나는 너무 좋은데 둘째는 혹시나 친구가 볼까 부끄러운 마음에 자꾸만 내 옆에서 멀어지려 했다. 나는 더 가까이 붙으며 끊어지려 하는 팔짱을 더 깊숙이 끼고 "좋지 좋지 아빠랑 시장 가는 거 좋지" 하며 즐거움과 행복함을 숨길 수가 없어 표현했지만 이 녀석은 "아빠 쉿 좀 제발 부끄럽다고" 하며 따로 갈 수가 있다며 겁을 준다. 주말 휴일은 되도록이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가지려 한다. 이 녀석들 물론 친구도 만나고 혼자 있고 싶은 날도 있겠지만 우리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비가 내리는데도 시장에는 채소랑 해산물 생선을 파시는 할머니들께서 앉아 계신다. 우리 저녁에 나물에 고추장 참기름 넣어서 나물 비빔밥으로 먹을까 하며 무 시금치 콩나물 미나리 부추 등을 사고 딸이 좋아하는 생오징어 2마리도 샀다. 어느새 장바구니는 비좁을 만큼 가득 차 있었고 근처 커피전문점에 가서 커피랑 아이스티를 주문하고 기분 좋은 감정을 둘째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검지를 코에 대더니 말도 많고 너무 시끄럽다며 조용히 하라고 한다. 나는 이런저런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여기서 몇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만큼 정말 할 말이 엄청 많은데 시끄럽다니, 딸에게는 아빠랑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지만 나는 솔직히 심한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옆에서 끼고 지켜주고 싶었다 옆에서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으나, 그런데 이 녀석은 아직 부모의 마음을 언제쯤 알까! 지금 이 시간만큼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서로 눈을 보며 아무 말 없이 행복한 미소를 보낸다. 그리고 딸의 손을 잡아보는데 무슨 걱정과 두려움이 이렇게 많은지 손톱 끝마다 가시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불안감에 손톱을 얼마나 물어뜯었는지 애기 때 그 고왔던 피부와 길게 자란 손톱 모양이 얼마나 이뻤는데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이 녀석만큼은 세월을 피하게 하고 싶었다. 나는 손을 더 힘껏 꼭 잡으면서 "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 언니랑 동생은 취직해서 집이랑 멀리 떨어져 산다고 했지만 너는 어릴 적부터 엄마랑 아빠랑 살 거라고 했던 거 기억 안 나지" 장모님께서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둘째는 엄마랑 아빠랑 같이 살고 싶다며 엄마 아빠 집에 간다고 고집부렸던 그 기억들도 있는데. 둘째의 이쁜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평생 내 곁의 둘 수 있을 것이다. 딸도 어느 정도 내 말에 이해를 했는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아이스티 한 모금으로 시원하다며 첫마디를 내뱉는다. 그리고 들리지 않게 귀에 속삭이듯 말한다 "아빠 내 마음 이해 해 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눈물이 났다. 심장에 화살이 꽂히듯 시린 아픔이 아니라 행복한 아픔이었다. 눈물을 감추기 위해 화장실 다녀온다며 나갔던 5분의 시간 동안 마음속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1시간 동안 차를 마시며 솔직한 마음을 소통하며 한 결 마음이 편안해지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도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한 손으로는 딸의 팔짱을 끼고 너무 다정하게 집으로 가는 오르막길이 힘이 들지 않았다.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고 서로 밀고 당겨도 웃음이 나고 발걸음을 걷는데도 웃음이 나고 마음속에 웃음 시한폭탄이 장착되어 있는 거 마냥 그냥 웃음이 났다. 우리랑 같이 걸었던 비 친구는 딸과의 사이가 질투라도 났는지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쯤 집에 도착해서도 우리들의 웃음 끝은 없었고 아내와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냐며 같이 웃자고 했지만 "그냥 웃는 거야 웃으면 기분이 좋잖아" 하고는 주방에 서서 사 온 채소들은 딸이 정리를 했다. 조그마한 손으로 어디서 봤는지 껍질을 벗기고 낡은 잎사귀를 따고 깨끗하게 제법 손질을 잘했고 나는 생오징어를 깨끗이 씻어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한 번 더 시키고 건져냈다. 딸은 고민을 하면서 나물 손질을 어떻게 하는지 묻길래 "냄비 안 끓는 물에 소금 한 스푼을 넣고 살짝 데치고 건져 찬물에 식힌 후 물기를 꽉 짜고 간장 한 스푼, 간 마늘 한 스푼, 잔파도 조금, 참기름 한 바퀴 돌리고 했더니 제법 잘 따라 주었다 비록 정신없이 흐트러진 주방은 모두 내 몫이었지만 2시간에 걸쳐 만든 미나리 무침 미역무침 콩나물무침 그리고 어묵볶음까지 아빠 사랑 둘째 딸이 만든 반찬으로 가족 모두가 아주 맛있는 저녁 한 상차림으로 그리고 내가 만든 오징어튀김으로 아주 푸짐한 가족저녁 식사 후 후식이 되었다. 조그마한 손으로 오물오물 얼마나 맛이 있는지 요리가 참 재미있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춘기를 잊고 늘 즐거운 마음으로 지냈으면 한다. 나 또한 딸과 함께 한 소중한 시간들을 추억의 앨범 속에 가득 남긴다 신나는 저녁 식사가 끝나고 둘째랑 나란히 서서 설거지를 하고 헹구며 서로 얼굴을 보며 살짝 웃어본다 그리고 다음에 또 재미있게 시장투어를 하자며 눈으로 약속을 한다. 우리는 집 앞 공터에서 또다시 1시간에 걸쳐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