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걷기
직장인도 학생들도 1주일을 시작하는 월요일 아니 아마도 일요일 해 질 무렵부터 한 주를 시작해야 하는 불안감으로 이미 양쪽 어깨에 엄마 코끼리를 짊어지고 있듯이 아무도 치료할 수 없는 월요일병이라는 단어가 정말 고통스럽게 힘든 마음일 것이다.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시계로 아침에 겨우 눈을 간신히 뜨면서도 토요일 아침이었으면 혹은 쉬는 날이었으면 하는 욕심과 억지스러운 마음으로 침대에서 5분을 10분을 뒹굴뒹굴하며 반갑지 않은 월요일을 맞이하지만 매일 반복적인 일상으로 즐거운 날, 때로는 말하지 못할 정도의 힘겨운 날, 기억하지 못할 숱한 시간들이 있지만 1주일을 겨우 겨우 견디고 버티고 나면 월요일 시작의 먹구름에서 아주 밝은 햇살로 반가운 금요일을 맞이하게 된다. 금요일을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저녁 식사 후 가족 모두 근처 큰 보조경기장으로 향한다. 동네 많은 사람들이 이 저녁 어디서 이렇게 모여드는지 큰 보조경기장을 가득 메우면서 뛰는 사람, 걷는 사람, 유모차를 태우고 아이와 마음을 나누는 사람,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나란히 손을 잡고 노후를 함께 걷는 잉꼬 노부부들이 모두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행복하게 보였다. 아내는 막내 손을 잡고 걷기 시작하고 나 또한 천하무적 사춘기 딸의 손을 잡으며 도란도란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 앞으로의 인생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잘 풀어 나갔다. 이 녀석은 듣기만 하는 대문자 I라는 MBTI를 가지고 있어 혼자서 쉴 새 없이 딱따구리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고개만 끄덕끄덕 가끔 사랑한다는 문자메시지를 아주 길게 전달하면 이 녀석은 ㅇㅇ라는 짧고 간략한 이모티콘으로 마음을 전한다. 답장을 하지 않는 녀석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짧은 답문이라도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매주 금요일이랑 토요일 저녁에 별 약속이 없으면 평균 2시간을 걸으며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하는데 지금 딸의 마음속에는 친구에 대한 감정만 들어있는 거 같았다. 나 또한 학창 시절 잔소리하며 용돈 안 주는 부모님 대신 친구랑 만화방 노래방 게임방을 다니며 즐거움만 누리다 보니 친구가 최고인 줄 알았지만 친구들이 많은 장점 속에 혹은 친구들이 나를 이용해 먹는 기분이 들어 속상한 마음을 무릅쓰고 그 친구들 곁에서 서서히 고의적으로 멀어졌던 기억이 났다. 둘째에게 "아빠는 너보다 더 심했어 할아버지 할머니는 농사일에 어부일에 바쁘셔서 아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혼자 끙끙 앓았지. 아빠도 그때는 많이 힘들었고 지구가 멸망이라고 했으면" 하며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해 주면서 느낀 건 이 녀석이 정말 나를 많이 닮아 있었다. 친구관계에 있어 민감한 성격과 성적에 대한 두려움으로 겹 눈치를 보며 점점 불안해지는 마음들이 내 딸이 아니랄까 봐 내가 눈물을 흘리며 겪었던 지난 시간들을 그대로 닮고 있었다. 부모를 닮아가는 습관과 유전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도 그 순간만큼은 친구들만 믿고 학창 시절을 보내왔는데 자기들과 운동 스타일이 안 맞는다며 나만 배제하고 운동하고 대회를 나가고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미련하기 짝이 없는데 그땐 왜 그렇게 상처가 되었는지 지금 사춘기 둘째가 겪고 있는 마음이 안타깝지만 큰 위로를 해 줄 수밖에 없었다.
듣기만 하고 있던 둘째는 저 멀리 엄마 손잡고 걷고 있는 막내를 급하게 부르더니 같이 걷자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막내는 엄마 손을 놓고 언니 손을 잡고 나란히 걷고 있는데 분명 키와 체격은 둘째가 언니지만 마음과 생각하는 모습은 막내가 언니처럼 보였다. 나와는 조용하던 둘째의 웃음소리가 운동장 저 끝까지 들려왔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나게 나누는지 이 녀석은 나와의 대화에서는 듣기만 하더니 막내랑의 분위기는 박장대소 무슨 기분인지 좋아 보였다. 둘째 덕분에 아내 손을 잡고 걷고 있는데 어색하면서도 우리들만의 이야기 주제도 여전히 둘째의 사춘기 극복기를 어떻게 이겨 나갈지 고민에 고민이 더 해졌다. 친구관계에 있어 이토록 힘들어하는 딸을 보면서 아내와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제발 사춘기의 상장통이 빨리 사라져 힘겨움 없이 곱게 자라야 할 것을 왜 이렇게 속을 썩이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는 자연의 순리대로 겪어야 할 시간들이라고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나 걸었을까 시계는 벌써 저녁 10시를 가르치고 있었고 집에 가자는 이야기에 "아직 할 말을 다 못 했어 20분만 더 있다 가자" 둘째가 아닌 막내딸이 크게 이야기를 한다. 이 녀석은 언니랑 무슨 이야기를 끝도 없이 하는지 아직 더 할 이야기가 남아 있다니 멀리서 둘이 걷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이 났다. 잠시 놓았던 아내의 손을 잡고 우리도 밤하늘을 보며 다시 걷는다. 이쁜 내 딸들아 아빠는 벌써부터 너네가 시집갈 생각만 해도 벌써 눈물이 나는데 우리 꼭 손 잡고 많이 웃으며 지난 힘든 날은 잊어버리자 알겠지.
너만 생각하면 왜 이렇게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