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대합실
한 걸음, 두 걸음 불안한 발 자국
느릿느릿 걸음의 눈빛이 슬프다
어제 분명 밝았던 그 또렷한 인사말
밤새 무슨 일로 어깨너머 지친 그림자
"뭐 하는가? 파전에 막걸리 한 잔 어때?"
"좋지"
굽이 굽이 돌고 돌아 찾아온 포장마차
숱한 인생 살아온 노란 양푼 술잔 놓고
그동안 그리움을 마셨다면
지금은 외로움을 마시고 싶다.
가시 박인 몸으로 평생을 이겨낸 삶
붉은 태양 속 고갈비 눈물 안주 삼아
한잔 술에 터질 듯이 쌓인 걱정 덜어 내고
접시 위 힘겨운 마음 온전히 덮어 버린
파전 안주 삼아
또 한잔 술에 씻기지 않은 미움 덜어 내고
야채 속 숨바꼭질 제육볶음 안주 삼아
꽃다운 사춘기 자식마음 달래 본다
다시금 혼자 남은 지하철 대합실
거울 속 비친 내 모습의 닮은 꼴이 참 많다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