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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by 등대지기

빈집 (선배의 부고문을 받고)


"왔나 차 막히는데 고생했

여 드가자"

"엄마, 추운데 먼다 나왔는

양말도 안 신고 아이고

참말로 추븐데 어서 들어가자 "


어느새 굽어진 당신의 허리

마당에서 마루까지 스무 걸음

지팡이 힘 빌려 겨우 한 발

한 발 내딛고


당신을 업은 내 등의 온기는

목련의 꽃망울처럼 따뜻했지만

순간 등에 짊어진 당신의 모습은

무게 없는 그림자 같았다


5남매 홀로 키우신 그 악착같은

마음 어디로 떠났는지

온몸이 주름으로 휘 감은 세월

왜 이렇게 야속하기만 할까!


풍성한 잡초와 숱한 거미줄

이름 모를 벌레들에게

집 내어 준 3년 반갑지 않게 돌아온

것이 부고문 이라니


올해도 내년에도 주인 없는 빈집에

당신과 한평생 함께 했던

동백꽃은 꽃망울을 피우고

아이얼굴 마냥 활짝 피며 웃겠지


어릴 적 내 꿈도 엄마 손 잡고

하늘 여행 자유로이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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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