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지찌찜 3,000원
지친 어깨를 위로하는
지하철 연산동 2번 출구
야속한 세월과 바꿔버린
굽은 엄마 허리 마냥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 낡은 간판 앞
줄지어 있는 인파들
겨우 자리 잡은 제일 안 구석
불편함이 아닌 벽에 걸린 사장님의
인생 메뉴판이 선명하다
정구지찌짐 3,000원
어린아이 소꿉놀이 전이겠지 하며
"사장님 3개 주문하고 또 할게요"
이곳저곳 주문을 알리는 요란한 외침
소꿉놀이 전이 아닌 한 여름 뜨거운
해바라기만 한 전이 줄지어 나오니
잔에 담긴 막걸리가 신이 난 듯 춤춘다
다섯 쌍둥이의 다정한 젓가락 싸움에도
3,000원에 팔리는 정구지찌짐은
인생을 나누는 테이블마다 주인장이 되고
한 페이지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