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석 자
국민학교 졸업장조차 없는 아버지
한글을 모르는 까막눈이다
입학식 날 검은 고무신 헝겊 책보
하얀 천 가슴에 달고
할아버지께 두들겨 맞아가며 겨우
배운 비뚤어진 이름 석자
세월이 훑고 지나간 시간 속
젊음 대신 걱정이 차곡차곡
어깨 위로 산처럼 쌓이고
시골 똑똑한 사람만 모인 면사무소가 서
이름 석 자만 쓸 뿐
돋보기가 없어 글이 안 보인다며
자신이 배우지 못한 세월이 왜
그렇게 한심한지
큰 아들 군대 보내고
쓸쓸한 마음 달래고파
보고 싶은 그 마음 달력 찢어
몇 글자 써 보지만 달력의 백지 속에
아버지의 사랑과 눈물만 가득한 채
검은 글씨체는 아버지 이름 석 자뿐
바람이 싣고 온 아버지의 마음 편지는
아주 선명하게 쓰여 있다
"사랑한다 아들아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