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끝이 아니라 함께 걷는 길
어제 종일, 가는 빗줄기였다.
네가 있는 그곳 언저리,
시든 수국 사이에 한송이만 맑게 웃고 있었다.
긴 연휴의 끝자락, 네가 더 그리웠다.
가는 빗줄기 사이로 조용히 걸었다.
손끝의 차가운 물방울이,
너의 마지막 숨결처럼 느껴져 손을 펼쳐 빗물을 받았다.
네가 스며들어 가슴이 떨렸다.
봉안당에 들어서자, 너와 함께 하는 안도감으로 평안했다.
너의 미소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너의 얼굴은 여전히 봄 햇살처럼 따스했다.
“엄마 왔어.”
한마디 인사를 건네고 곧 내 마음은 무너졌다.
네가 떠난 지 삼 년이 지났지만, 이별은 늘 낯설고 어색하다.
시간이 흘러도 그리움은 언제나 제자리이다.
울지 않으려 했는데, 마음에 빗소리가 계속 울렸다.
수국은,
빛과 토양, 온도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꽃을 마음의 색이 변하는 꽃이라고도 한다지만,
시들어가면서도 끝까지 아름다움을 지키는 꽃이기도 하다.
진심 어린 감정을 지닌 꽃이기도 하다.
넌 수국을 닮았다.
세월이 흘러도 색만 달라질 뿐,
끝까지 네 모습을 지키고 진심을 말해준다.
살아 있는 나는,
너의 진심을 이해하고 감싸줄 수 있어야 한다.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그 무게 속에는 새로운 다짐이 함께 있었다.
너를 그리워만 할 것이 아니라,
너의 몫까지 사랑하고, 웃고, 살아가야겠다는...
그게 너의 바람일 테니까.
비가 잦아든 길 위에서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잿빛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빛이 머물렀다.
네가 내게 보내는 미소 같은 여리고 고운 빛.
그래, 엄마 잘 살아낼게.
때로 울어도, 자주 웃으며, 수국 같은 너를 기억할게.
너를 품은 채 꿋꿋하게 살아갈게.
비가 와도 멈추어도
그리움은 여전히 내 안에서 살아 있고,
일상의 길에 너는 언제나 나와 함께 있다.
이제 나는 그리움을 안고, 다시 앞으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