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꽁지머리의 리본핀 할머니

조금 느린,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by 제노도아

순수애님은 늘 왼쪽 귀에 작은 보청기를 끼고 오신다.

아침 햇살을 받으면 그 보청기는 금빛 장식처럼 반짝인다.


“선생, 이거 글씨… 뭐라고 읽는 거예요?”

순수애님은 물으면서 어깨를 살짝 움츠리신다.

‘몰라서 미안해요’라는 몸짓 같다.

그 미안함 뒤에는 배우고 싶은 마음이 짙게 깔려 있다.


순수애님은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않으신다.

“나 이거 몰라. 좀 알려~.”

말 끝마다 나긋함이 사람 마음을 부드럽게 만든다.

그런데 귀가 어두우셔서 가끔 질문과는 다른 말씀을 하신다.

“오늘 아침 뭐 드셨어요?”

날씨가 추워져서 따습게 입어야 해.”

예전에는 고개를 갸우뚱하시던 어르신들이 지금은 얼른 말을 짚어 주신다.

"밥, 아침밥!"

"뭐 먹었어?"

그제야 아하, 하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씀하신다.

"똑같지 뭐. 김치랑 두부 넣은 슴슴한 된장국. 콩나물 무침, 며루치 볶은 거."

순수애님은 손가락을 접으며 반찬 가짓수를 세신다.

"잘 먹었네. 진수성찬이야."

금향순님이 엄지 척을 한다.

순수애님은 어르신들의 친절을 진심으로 고마워하신다.

가끔 말을 더듬으실 때면, 주위 어르신들이 먼저 그 마음을 알아차린다.

“그 말이 이 말이지?”

대신 말을 해주고, 등을 툭툭 두드린다.

"자꾸 표현이 잘 안 되네요."

순수애님이 겸연쩍게 말한다.

괜찮어. 우리는 다 알아들어. 걱정 말어.”

어르신들은 살가운 위로를 건넨다.


순수애님은 종종 짧은 꽁지머리에 리본핀을 하고 오다.

"아이구, 이쁘네. 이 핀 누가 사줬어?"

어르신들이 물으면 순수애님은 눈부터 웃으신다.

"일본 사는 며느리가 놓고 갔어요."

그 리본은 송이처럼 곱고, 순수애님의 미소만큼 엽다.

팔십 넘은 나이에 리본이 뭐냐고 할지 몰라도,

그 리본은 ‘오늘도 예쁘게 하고, 학교 가야지’라는 순수애님의 작은 기쁨이다.


순수애님은 아직 글자를 소리 나는 대로 적고,

받침도 자주 틀리지만 묻고 또 물으며 열심히 하신다.

어느 날, 순수애님이 조심조심 묻는다.

“선생님, 난 중학교 과정까지 배우면 좋겠는데... 아직 멀었지요?”

"꾸준히 하시면 돼요. 못할 게 어디 있어요."

힘주어 말하면 순수애님의 눈가에 희망이 번진다.

새로운 걸 알고 싶어 하고, 배우는 기쁨을 느끼신다.

중학생도 못 따라올 열정과 싱그러움을 지니고 있다.


수업 끝나갈 무렵이면 순수애님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신다.

“글 배우는 게 참 좋은데 잘 안 늘어.”

그러면 어르신들은 '나두여!'하며 같이 가다 보면 될 거라고 하신다.

아들이 일본에 있어 자주 못 본다고 말씀하실 때는 눈빛이 아득해지지만,

곧 밝게 말씀하신다.

"그래도 여기 친구들이 있으니까 외롭진 않아요."

"그럼, 그럼, 멀리 있는 자식보다 우리가 낫지."

어르신들은 약속한 듯 서로 눈맞춤하신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느림도 다정함이 되고

서툼도 따뜻함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순수애님은 교실 문을 열면, 언제나처럼 보청기를 만지작거리며 자리에 앉으신다.

“선생님, 오늘은 뭘 배워요?”

배움의 열정이 가득하다.

그 물음 하나로 어르신들의 표정과 교실이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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