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에서 병장까지
예전에는 군대에 가면 ‘무소식이 희소식이다’이었다.
그때는 집으로 전화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다행히 나는 그 당시 사단 본부 벙커 상황실에서 근무하여서 바로 옆에 전화교환실이 있었다. 일과 시간이 끝난 저녁은 전화교환실이 조금 한가하여서 평소 알고 지낸 전화교환실에 근무하는 고참(선임)에게 집으로 전화 부탁을 하였다.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우연히 다른 병사가 전화 통화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 병사는 집에 계시는 어머니에게 “어머니! 부대로 한번 면회 한번 와 주세요” 말하는 것이었다. 그때 병사의 어머니가 큰 소리로 “내가 가냐 돈이 가지” 하면서 면회를 갈 수 없다고 답하시는 것을 들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시절은 우리 사회가 풍족하지 않은 시대였기에 먼 거리를 가족들이 부대로 면회를 온다는 것은 쉽지도 않았고,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한다는 것도 참으로 어려웠다.
그런데 요즘은 핸드폰이 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연락이 가능한 세상이다. 군대에서도 일과시간 후에는 저녁 9시까지 핸드폰으로 자유롭게 전화도 하고, 보고 싶은 콘텐츠를 보는 등 소통이 잘 되고 있다. 게다가 주말은 평일 보다 여유롭게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예전 병영생활은 저녁 일과 후에 여유시간이 많아서 선임이 후임을 괴롭히고 구타가 더 심했던 것 같다. 그만큼 요즈음은 핸드폰으로 하는 일들이 많아서 남에게 신경 쓸 일이 그다지 많지 않고 개인 시간은 자유롭게 활용하며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휴대폰 사용으로 병영생활이 예전보다 부조리가 줄어든 인상을 받았다.
각자의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가족 중에 아들의 전화를 가장 기다리는 분이 어머니이시다. 어머니는 손주 가운데 우리 집 장손이 군대에 가서 건강하게 전역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계셨다. 그런 손자로부터 전화가 오면 하루 종일 싱글벙글 웃고 계신다. 덩달아 우리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일과가 끝나는 시간이 지나 저녁 시간이 되면 휴대폰의 가족 단톡방을 보면서 부대에 있는 아들의 근황을 알 수가 있어서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