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4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ep.1 Leave

- 너는 나를, 나는 너를 떠나보내며

by 하나비 Feb 18. 2025


 “아버님, 저 청와대 구경 가고 싶어요.”

시아버님의 집은 걸어서 청와대를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이었다. 그 사실을 듣던 그 어느 날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어색함이 있던 아버님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덜컥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왔다.


“금순이랑 같이 갈까”

직업이 다양해 보이던 아버님이 산에서 주워왔다며 데려온 강아지 금순이. 꼬리를 내리고 눈치는 보아도 곧잘 아버님말을 잘 알아듣고 따르는 금순이와 아버님 그리고 나와 … 뱃속에 작은 생명은 함께 산책에 나섰다


여름에서 가을의 문턱즈음의 날씨 속 가깝다던 청와대는 도무지 보이지 않은 채 금순이와 아버님은 쉼 없이 걸어가셨다. 나를 두고. 첫 임신에 잘 몰랐던 나는 구두를 신고 걷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가 부어 점점 느리게 걷기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사실을 몰랐던 아버님은 처음엔 보폭을 맞춰주시기도 기다려주시기도 했지만 끝내 청와대 지붕조차 구경 못하고 돌아와야만 했다. 나의 안색이 파리하게 변해가는 것을 보고 난 후였다.


결혼식 후 첫 명절 추석. 명절이면 정처 없이 떠돌다가 텅텅 빈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게 전부였던 내게 북적북적한 시댁의 풍경은 낯설면서도 기꺼웠다

내 아이가 나처럼은 외롭지 않겠다란 생각에 기뻤다.


새 식구로 들어온 나는 시댁어른들의 이쁨을 받고자 튀김이면 튀김, 설거지면 설거지 모든 일에 손을 대려했으나 뱃속아기가 있다는 걸 유일하게 아는 남편 등쌀에 차단당하며 부끄러움을 감수해야 했다


“아버님! 할아버지 되셨어요!”

브런치 글 이미지 1


초음파사진과 할아버지 되신 것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카드를 가족들이 다 함께 있는 곳에서 드렸다.


아버님의 얼굴은 놀람과 동시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하셨지만 내 눈엔 반짝반짝 기쁨의 눈물이 번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그랬었다


그랬던 그가 떠났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